광주 화정주공재건축…조합장 장기 공백으로 3천726세대 재산권 행사 못 해

광주에서 3천726세대 재건축아파트 입주민이 잔금을 치르고 취득세까지 납부하고도 등기이전 등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아파트는 준공검사를 마치면 조합이 일괄적으로 이전고시와 등기신청을 하고 나서 분양자에게 소유권을 넘겨줘야 하는데 현재 관련 업무를 처리할 법적 조합장과 대리인이 없기 때문이다.

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라 어린이집, 학원 등 등기이전이 완료돼야 지자체 영업허가를 받는 업종이 문을 열지 못하는 상태다.

상가 분양자의 영업 피해 뿐만 아니라 교육·근린생활시설 부족에 따른 입주민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조합은 신임 조합장에 대한 인가를 내주지 않은 구청에, 구청은 인가받지 않은 정관으로 새 조합장을 뽑은 조합에 책임을 묻는 동안 애꿎은 분양자, 입주민은 속을 태우고 있다.

◇ "갑질행정"…"절차위반"
유니버시아드 힐스테이트라는 이름으로 지난 4월 준공한 광주 화정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360억원에 달하는 추가분담금 문제로 지난해 10월 31일 조합장과 임원을 모두 해임했다.

조합은 그로부터 약 다섯 달 뒤인 지난 3월 19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새 집행부를 선출하고 조합정관을 변경했다.

담당 구청인 광주 서구는 이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신임 집행부가 신청한 조합설립변경인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서구는 조합이 무자격자를 후보로 등록해 투표를 진행한 뒤 새로 선출된 조합장에 맞춰 입후보 자격 정관을 바꿨다며 인가불허 사유를 밝혔다.

서구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정관은 인가를 받은 이후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며 "바뀐 정관에 대해서는 인가를 내줬으니 조합이 새로운 규정으로 조합장을 다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은 임원 선출방법에 대한 정관 변경은 신고사항일 뿐이라며 서구의 주장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맞섰다.

조합 신임 집행부 관계자는 "국토부와 법제처에 질의한 결과 '임원 자격요건 변경은 구청의 인가사항이 아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대법원 판례는 이번 사항에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합원 일부는 구청의 억지로 입주민·분양자 재산피해가 발생했다며 지난 13일부터 연일 서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논란의 발단은 추가분담금 364억원
지난 3월 19일 열린 조합장 선출 및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총회에서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하려는 비상대책위원회 측과 기존 조합 측은 총회장 진입을 놓고 몸싸움을 벌였다.

기존 조합 측 지지자들은 의자 등 집기를 집어 던지고 고춧가루까지 뿌리며 총회 시작을 막으려 했다.

이날 총회는 기존의 조합 측이 조합원 세대에게 전용면적별 800만∼1천500만원의 분담금(사후정산분)을 납부하도록 통보하자, 이에 반발하는 비대위가 신임 조합장을 선출하기 위해 소집했다.

비대위 측은 364억원에 이르는 추가분담금은 공사비가 아닌 해임된 집행부가 사업추진경비에서 발생시킨 것으로 방만하게 집행된 경비 명세를 조사해 이들의 비리를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임 조합장을 선출한 조합은 결국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를 열어 추가분담금을 세대별로 나눠 입주를 진행했다.

조합은 현재 이 아파트를 유니버시아드대회 선수촌으로 빌려 쓴 광주시와 임대료 문제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광주시로부터 돌려받을 U대회 선수촌 임대료는 추가분담금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 측은 선수촌 사용료로 467억원을 지급해달라는 주장이지만, 광주시는 34억원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 조합장 공백 언제까지?
서구는 법원이 조합장 직무대행자를 선임하면 지금의 문제가 일시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정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원 일부는 지난달 20일 광주지방법원에 조합장 직무 대행자를 선임해달라고 요청했다.

광주지법이 요청을 받아들이면 새로운 조합장이 선출될 때까지 법원이 선임한 변호사가 이전고시 및 등기신청 등 조합의 밀린 행정업무를 처리할 수 있지만, 신임 조합장을 선출하고도 법적 승인을 거부당한 조합원들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