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일몰제 앞두고 지역마다 수십만㎡ 규모 개발 허용…대전 21곳 1천100만㎡ 달해
공원 매입 여력 없는 지자체 "전면 해제 막기 위해 불가피"…"무분별 개발 막아야"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전국의 도시 공원들이 속속 개발되거나 공원에서 해제돼 제 구실을 잃게 될 위기에 놓였다.

도시계획시설이 장기 미집행되면 지정 효력을 잃는 '일몰제' 시행을 몇 년 앞두고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도시공원의 민간개발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도시공원 개발은 수익성이 높은 아파트 건설 위주로 이뤄진다.

환경단체들은 이런 사업이 도시의 공원 축소와 환경파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 일몰제 몰려 다급한 지자체…도시공원 민간개발 봇물

지난해 4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의 개발계획을 발표한 청주에는 민간 사업자들이 몰리고 있다.

4곳의 개발계획이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3곳의 개발계획 제안서가 시에 접수됐다.

이 계획이 그대로 시행되면 253만8천㎡의 공원에 1만1천7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경기도 의정부의 직동공원(42만7천㎡)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공원 개발이 진행되는 곳이다.

개발업체는 지난 4월 1천850가구의 아파트 분양을 마쳤다.

수원시 영흥공원(59만3천여㎡)도 민간업체가 전체 부지의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고, 30%는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는 도시공원 21곳의 개발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대상 면적이 무려 1천100만㎡에 달한다.

이 가운데 비교적 사업추진이 빠른 월평공원(399만㎡)은 96만㎡를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고, 16만㎡는 2천700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광주시도 장기 미집행 공원 11곳 966만㎡를 개발할 계획이다.

1단계로 50만㎡ 이하인 신용공원, 신촌공원 등 7곳은 올해 민간 제안서 공모 등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 지자체 "매입할 재정 여력 없어…공원 유지 위한 고육지책"

도시공원의 무분별한 개발로 보이지만 그나마 공원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지방자치단체 설명이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10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사유권을 침해한다는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2020년 7월이 되면 도시계획 시설 결정일로부터 20년이 지나도록 방치되면 도시공원에서 자동 해제된다.

자치단체들은 재정 여력상 도시계획상 도시공원을 모두 매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개발 형식을 빌리면 일부 면적은 개발되지만 공원을 조성, 유지할 수 있으니 차선책은 된다고 말한다.

도시공원 민간개발은 전체 면적의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고, 30%는 아파트 등으로 개발하는 형식이다.

도시공원에 아파트가 들어서긴 하지만, 지방재정을 들이지 않고 상당 부분을 공원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자치단체의 설명이다.

규제 완화도 최근 민간공원 개발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지난해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할 공원 비율이 80%에서 70% 줄었다.

그동안 도시공원 개발에 선뜻 나서는 투자자 없지만, 법률개정으로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민간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덤벼들고 있다.

◇ 환경단체 "도심 허파 보존 위한 적극적인 대책 필요"

자치단체들이 구상대로 민간개발이 추진되면 많은 도시공원이 아파트촌으로 바뀌게 된다.

환경단체들은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던 공원이 사라지고, 도시 환경을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청주의 시민·환경단체들은 지난 8일 도시공원 지키기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도시공원 일몰제를 핑계 삼아 숲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하면 도시의 대기와 생태환경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보전보다 개발에 무게를 둔 도시공원 개발사업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도시공원을 매입할 수 있는 예산을 자치단체에 지원하고, '일몰제' 시한을 연기하는 도시공원 관련 법률개정 등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치단체들도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한 뒤 보전해야 할 지역과 단계적으로 매입 공원 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지적이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기 위해 자치단체들이 도시공원의 민간개발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도시공원을 개발하더라도 다양한 시민 의견수렴과 장기적인 도시계획 수립 등의 과정을 거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호 이재림 송형일 김동윤 변우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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