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동네 펄펄 끓어도 '묻어가기' 안 통하네…되는 곳만 더 잘되는 '국지성 부동산 열기'
주택시장의 권역·지역별 동조화 현상이 깨지고 있다. 올 들어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대(大)권역별 집값 동조화에 균열이 생긴 데 이어 광역단체는 물론 같은 기초단체 안에서도 집값 차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올초만해도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좋고 입주 물량이 많은 지방은 나빠질 것”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이 팽배했다. 그러나 지방에서 부산 세종 제주 등의 매매 및 분양시장은 여전히 호조세다. 반면 수도권에선 하남·화성 등은 시장이 활기를 띠는 반면 용인 등은 공급 과잉 여파로 위축되고 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시장이 거시경제 변화나 정책보다 지역경제 성장과 수급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수요자들이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심 지역으로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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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생활권에서도 탈(脫)동조화

옆동네 펄펄 끓어도 '묻어가기' 안 통하네…되는 곳만 더 잘되는 '국지성 부동산 열기'
1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초만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가격이 2분기 들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4월 초 이후 최근 9주 동안 수도권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0.28% 오른 반면 같은 기간 지방 집값은 0.2% 내렸다.

지난해까지 4년간 지방 부동산시장을 주도해 온 부산과 대구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부산 집값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 반해 대구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같은 시·도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가격과 거래량 차이가 커지고 있다. 서울에선 개포주공 등 재건축 아파트 강세에 힘입어 4월 초 이후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률(0.7%)이 강북(0.25%)의 세 배에 가깝다. 거래 금액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많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강남구 주택 거래액은 1조8161억원, 서초구는 1조2183억원에 달한 반면 종로구는 1110억원에 그쳤다. 금천구(1422억원)와 강북구(1551억원)도 거래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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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선 재건축이 본격화되고 있는 과천 집값이 4월 초 이후 9주간 4.7% 뛰었다. 미사강변도시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는 하남도 2.33% 올랐다. 이에 반해 지난해부터 입주 물량이 늘어난 안산(-0.51%)과 용인(-0.4%)은 내렸다.

같은 경남권에서도 남해(2.74%)와 양산(1.38%) 등의 집값은 오르고 있지만 조선산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거제(-0.65%)와 인구가 정체된 거창(-0.49%) 등은 약세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부 교수는 “울산도 조선업체들이 많은 동구의 부동산 경기는 안 좋지만 나머지 지역은 양호하다”며 “특정 지역의 상황을 복합적으로 파악해야 시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 쏠림 현상 심해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역과 입지, 산업 기반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가격과 거래의 차별화가 보다 더 세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에선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급등세를 보이는 강남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선 신도시와 공공택지가 시장을 이끄는 분위기다.

반대로 지난해부터 공급 물량이 많은 지역과 산업 기반이 취약한 곳은 부동산 경기도 위축되는 양상이다. 예전처럼 시장의 관심이 도심에서 부도심으로, 중심에서 외곽으로 확대되는 게 아니라 일부 거점 지역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박철희 호반건설 부사장은 “같은 생활권에서도 단지 규모와 브랜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며 “지역별로 현미경으로 보듯 세세하게 시장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900조원을 웃도는 시중 부동자금이 대단지와 역세권 오피스텔 등 일부 상품에 몰리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저금리 속에 투자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찾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같은 지역 안에서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