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집값 폭등] "5천만원만 더 달라"…계약 끝났는데 억지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짧은 기간에 급등하자 매도자와 매수자 간, 매도자와 중개업소 간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12일 강남지역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반나절 간격으로 시시각각 바뀌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압구정동 K공인 관계자는 “계약 당시만 해도 동네 최고가격에 판 거였는데 한 달 뒤 잔금을 치를 때가 되니까 최대 1억원까지 올랐다”며 “집주인이 ‘그때 왜 팔라고 권유했느냐’고 화를 내고 갔다”고 하소연했다. 반포동 C공인 관계자는 “매도자가 억울한 마음에 중개업소를 찾아와 펑펑 우는 통에 1시간 동안 영업을 못 했다”며 “집을 판 사람들이 매도 시기를 잘못 잡은 배우자를 탓하며 부부싸움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계약이 다 끝났는데도 매도인이 5000만원만 더 달라고 억지를 부리거나 계약을 취소하겠다면서 집주인이 잠적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아예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개포동 J공인 관계자는 “계약 해지금보다 오른 금액이 더 크다 보니 집주인이 계약을 취소하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매물은 들어가는 반면 찾는 사람은 많다 보니 가격만 계속 뛰고 있다”고 말했다. 해약을 당한 일부 매수자는 강남 진입 기회를 영원히 놓칠까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개포동 B공인 관계자는 “해약을 당한 매수자는 공짜돈 수천만원이 생긴 셈인 데도 반가워하지 않는다”며 “다른 물건을 매수하려면 더 많은 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수자는 해약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중도금 지급 기일이 되기 전에 중도금 일부를 미리 매도자 통장으로 송금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중도금을 일부라도 받으면 법적으로 해약이 불가능해서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다 보니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장기수선충당금을 매수인에게 떠넘기거나 세입자 월세를 미리 받아서 나가는 경우도 빈번하다. 잠원동 H부동산 관계자는 “원칙상 집을 판 주인이 미리 정산해야 하는 것들도 호가가 계속 오르자 심술이 나서 안 주고 그냥 가버린다”며 “월세도 미리 받아버려 매수인이 한 달치 손해를 보면서도 말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매물이 거의 없다 보니 아파트 매수 대기자 간 경쟁도 치열하다. 반포동 D중개법인 관계자는 “간발의 차로 매수를 놓친 투자자가 일부러 다른 사람한테 먼저 소개해 준 거 아니냐며 항의했다”며 “매물을 먼저 주면 보너스를 주겠다며 미리 선수금을 걸어두고 가는 투자자도 있다”고 전했다.

윤아영/설지연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