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경제성 요인에 결정적 변수…적용여부 논란
부산 "공항 입지 결정과는 관계없는 기준으로 불공정"
대구경북 "실제 운항경로 기준해야 장애물 요인 명확"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의 신공항 입지 조건 가운데 장애물과 경제성 요인의 결정적 변수가 될 '항공학적 검토'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항공학적 검토'는 항공기 이착륙 진입로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줄이지 않더라도 항공기 운항기술 등으로 안전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적 검토를 말한다.

입지 특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은 서로 입지 우위를 내세우고, 상대 후보지의 단점을 지적하며 제마다 신공항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 '항공학적 검토' 왜 나왔나
'가덕 신공항'을 앞세운 부산시측은 내륙인 밀양에 공항을 짓기 위해서는 2011년 국토부의 발표대로 주변 산 27개를 깎아내는 등 환경훼손 우려와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밀양 후보지를 지지하는 대구경북과 경남 등이 부산시의 주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들고 나온 것이 '항공학적 검토'다.

대구경북 등은 '항공학적 검토'를 적용하면 밀양에 신공항을 짓더라도 깎아내는 산봉우리는 당초 12개에서 4개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절토량이 121억4천만㎡에서 4천500만㎡로 줄어들면서 공항 건설비용도 4조6천억원으로, 6조원대의 가덕공항보다 낮아져 경제성에서 밀양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부산시는 '항공학적 검토'는 공항이 실제 존재하고 비행항로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항로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장애물이 존재할 때 장애물 제거 가능성, 비행 안전성, 장애물 제거효과, 항로 영향 등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한다.

'항공학적 검토'는 새로운 공항이 들어설 입지를 결정하는 항목이나 기준이 아니라 기존 공항에서 새로운 장애물이나 장애요인이 생겼을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검토라는 것이다.

◇ 논란은 없나
부산시는 항공학적 검토가 법률로 정해져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이나 위원회 등 후속절차를 갖추지 못해 아직 우리나라에서 실제 적용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굳이 적용하자면 김해공항의 북측 장애물인 신어산이나 제주공항의 장애물인 도두봉의 안전문제, 서울공항과 제2롯데월드 간 비행안전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검토사항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존 공항의 안전성 확보 문제에서 검토할 사항이지 신공항 입지를 결정하는 기준이나 항목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대구시 등은 "항공운항의 안전성은 활주로를 기준으로 한 장애물 제한보다는 실제 운항경로를 기준으로 한 항공학적 검토를 적용할 때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활주로에 진입하는 표면면적을 3∼12㎞까지 구분해 단계적으로 장애물을 제한하는 기존의 장애물제한표면 기준은 계기비행 등 항공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는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 전문가 입장은
경운대 항공운항과 정윤식 교수는 "항공학적 검토는 법이 바뀐 이후 처음으로 이번 신공항 입지 선정에서 거론됐다.

항공학적 검토라는 것은 항공 안전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지만 소음 등 공항 주변 주민들의 이해관계 고려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항공학적 검토는 기본적으로 기존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것으로, 입지선정 단계에서 이를 적용하는 것은 평가 기준을 변경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부산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공역관리연구소 유태정 소장은 "현재 세계적으로 항공학적 검토가 가장 많이 적용되는 곳이 미국"이라며 "미국에서 처음 이 개념을 도입한 이유는 기존 공항이 주변의 장애물로 인해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 소장은 "비행장을 처음 건립할 때는 이미 장애물 부분을 고려한 상태에서 비행장을 지어야 한다"며 "주변에 장애물이 있으면 비행장을 짓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에 비행장 입지로 전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경우 비행장이 들어서고 그에 맞는 절차적 제한사항 즉, 한쪽 방향에서는 접근을 막는다던지, 비행을 금지한다던지 하는 결정을 할 때 항공학적 검토를 할 수 있지만 이는 비행장 설치기준으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 용역 과정에서의 전망은
신공항 용역에서 '항공학적 검토' 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난달 말 열린 용역수행기관의 자문회의에서다.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가덕 지지 의견, 밀양 지지 의견, 중도적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과 자문회의를 하면서 '항공학적 검토' 문제가 나왔지만 이를 적용할 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문회의 직후 부산시는 "공항건설에서 최우선 검토할 사항은 안전성"이라며 "항공학적 검토 주장은 안전한 신공항을 건설하려는 관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발했다.

장애물이 없는 후보지가 있는데 굳이 '항공학적 검토'까지 하면서 장애물이 많은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용역기관 입장에서는 '항공학적 검토'에 대해 평가 기준으로 적용할지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실정이다.

적용 여부를 밝힌다는 것은 가덕과 밀양 중 어느 한쪽을 염두에 두고 용역을 수행한다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항공학적 검토'를 입지결정의 기준항목에 넣지 않고 장애물 요인, 경제성 요인 등에서 반영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부산이나 대구경북이 용역결과 발표를 앞두고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을 동원해 '항공학적 검토' 적용여부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josep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