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높은 오피스 빌딩은 안정적 수익 '윈윈'

비서업무 등 제공 '서비스드 오피스'에서
책상도 공유 '코워킹 스페이스'까지 다양
미국 공유기업 '위워크' 서울에 아시아 첫 지점
서울 서초동에서 문을 연 공유 사무실 패스트파이브 로비에서 입주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패스트파이브 제공

서울 서초동에서 문을 연 공유 사무실 패스트파이브 로비에서 입주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패스트파이브 제공

이달 중순 서울 서초동 교대역(지하철 2·3호선) 인근의 한 신축 건물(2개 층, 1653㎡)에 문을 연 브랜드 사무실 ‘패스트파이브’(4호점)는 행인들이 커피숍으로 착각해 들어오는 경우가 잦다. 소파와 스낵바가 갖춰진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는 젊은 직원이 많아서다.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곳은 월세를 내고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 사무실이다. 반투명 유리벽으로 크고 작은 사무실과 회의실이 이어진다. 주로 직원 10명 이하 소규모·소자본 창업자와 전문직 프리랜서, 은퇴한 창업자 등이 이용한다.

월 혹은 일 단위의 초단기 임대 사무실 시장이 열리고 있다. 비슷한 형태로 공공 창업보육센터나 외국 기업을 겨냥한 비즈니스센터가 있긴 하지만 1인 창업 확산 등으로 수요층이 다양해지면서 이른바 ‘서비스드 오피스’ 또는 ‘공유 사무실’ 시장이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무실도 '초단기 월세'] 보증금 없이 일 단위 임차까지…갖출 것 다 갖춰 1인 창업자에 인기

○국내외 전문기업, 잇단 진출

같은 건물 내 창업자들이 쉽게 교류할 수 있게 사무실을 설계하고 꾸며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공유 사무실 업체 위워크는 이달 서울 강남역(지하철 2호선) 인근 홍우1빌딩(10개 층, 6500여㎡)을 임차했다. 이 업체는 서울 강북 도심권과 여의도에도 지점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세빌스코리아는 지난 3월 말 서울 종각과 광화문사거리 사이에 있는 타워8 건물 일부를 빌려 ‘밴타고(Vantato)’라는 서비스드 오피스 사업을 시작했다. 1~15인용 사무실 75개, 첨단 회의실 6개,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 라운지, 수면실, 샤워실 등을 갖췄다. 전화 및 우편 업무 등을 담당하는 비서 서비스도 제공한다.

영국 리저스와 홍콩 TEC도 지점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00년과 2005년 각각 세종로 서울파이낸스센터와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단기 임대 사무실을 운영해온 TEC는 2014년 여의도 IFC센터에 3호점을 연 데 이어 조만간 2곳을 추가 개설한다. 다음달 테헤란로 글라스타워에 4호점, 여의도 IFC센터에 5호점을 낼 예정이다.

을지로 센터원, 삼성동 아셈타워 등 서울과 부산·대구에서 15개 비즈니스센터를 운영하는 리저스는 최근 서울역 인근 시티타워점을 열었다. 5년 안에 지점을 50여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업체 르호봇도 여의도·삼성·구의·신촌 등에 지점을 새로 열고 전국 센터 수를 36개로 늘렸다.

○소규모 창업 증가가 성장 배경

[사무실도 '초단기 월세'] 보증금 없이 일 단위 임차까지…갖출 것 다 갖춰 1인 창업자에 인기

초단기 월세 사무실 시장이 주목받는 것은 소자본 및 1인 창업자가 늘고 있어서다. 통계청의 1인 창조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말 7만7009개이던 1인 기업 수는 2014년 말 9만2001개로 1년 새 19.5%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35.3%(1만8183개→2만4603개) 급증했다. 청년 실업이 늘어나고 산업 구조조정이 확산되는 것과 맞물려 소규모 창업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위워크와 TEC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부동산자산관리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이창준 상무는 “일반 사무실은 임차인이 적당한 사무실을 물색한 뒤 월 임대료의 10배 수준인 보증금을 내야 하지만 서비스드 오피스는 보증금이 아예 없거나 한두 달치만 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제이컵 조 밴타고 이사도 “미국에선 2020년 직장인의 절반이 프리랜서나 창업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만큼 구조조정과 이직, 은퇴가 활발하다”며 “한국도 장기적으로는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서울 시내 대형 오피스 빌딩이 공급 과잉 상태에 놓여 공실률이 높아진 것도 초단기 임대 사무실 시장의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광화문 S타워에 자리 잡은 서비스드 오피스업체 버텍스코리아의 김호 이사는 “부동산 침체기에 대형 임차 기업을 찾기 힘들지만 공간을 쪼개 부가 서비스를 얹은 뒤 재임대(서브리스)하면 수익성과 경영 안정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기준 초단기 사무실은 좌석수, 시간 단위로 요금을 부과하는 등 임대료 체계가 다양하지만 대체로 직원 1인당 월 35만~95만원 선이다. 초단기 월세 사무실 임대업의 수익률은 서울 시내 평균 오피스 수익률(5% 안팎)보다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김서윤 패스트파이브 이사는 “고령의 건물주들이 공유 사무실이 뭐냐고 묻다가 지금은 소문을 듣고 비어 있는 건물 내역을 들고 찾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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