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용산 미군기지 공원화…국토부-서울시 '갈등의 쳇바퀴'
미군이 떠나는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243만여㎡의 공원을 조성하는 용산공원 조성사업을 두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23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국토부가 내놓은 용산공원 내 전시·문화시설 건립 계획을 비판했다. 수서역세권 개발 등 다른 핵심 사업들의 추진 과정에서 보인 두 기관 사이의 갈등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이날 국토부의 용산공원 조성계획에 대해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용산 미군기지 터를 과학문화관, 어린이아트센터, 경찰박물관 등 8개의 전시·문화시설이 들어서는 공원으로 꾸미겠다는 청사진을 지난달 말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7개 정부 부처가 2848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오는 6월 계획을 확정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국토부 계획안에 대해 녹지 위주의 자연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애초 사업 목표와 동떨어진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부처가 제각각 공원 부지를 가져가면서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용산공원 개발은 20세기 초부터 100년 넘게 외국군 주둔지로 쓰이던 지역을 대형 공원으로 바꾸는 상징적인 사업이다. 그런 만큼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정부 각 부처와 서울시의 사전 협의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7년 미군이 이전한 뒤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선 연내에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며 “협의 절차 없이 갑작스레 나온 서울시 성명서 발표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양측은 고속철도(KTX) 수서역세권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도 의견 마찰을 보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젊은 층을 위한 공공임대 ‘행복주택’에 서울시가 이른바 ‘청년주택’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국내 건설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기관이 주요 사안에 대해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정책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