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행정절차대로 했는데…무악2재개발 막겠다는 박원순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주민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서울 무악동 무악2재개발구역을 찾아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의 최종 행정 절차인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마친 사업장에 대해 시장이 뒤늦게 공사 중단까지 언급한 것은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가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행정적 수단도 없는 상황이다.

박 시장이 이날 방문한 무악2구역에선 새벽부터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50여명과 명도를 집행하는 법원 측 철거 용역업체 직원 40여명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재개발구역 1만여㎡ 부지 위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구본장여관 철거작업이 시작된 새벽 6시40분께부터였다.

재개발을 둘러싼 주민들 간 다툼은 지난 수년간 법정 소송 등을 통해 이어져 왔다. 무악2구역이 일제 강점기 당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독립운동가들의 가족들이 머물며 옥바라지를 하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인 만큼 재개발 사업을 철회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조합 측에선 비대위가 주장하는 일명 ‘옥바라지 골목’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무악2구역은 서대문형무소에서 남동쪽 방향으로 300m가량 떨어져 있고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이 지역 건물 대부분이 1970년대 지어졌다는 게 그 근거다. 노후 건물들이 골목길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재개발을 안 하고는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소송은 조합 측 승리로 끝났고 그 사이 서울시도 사업시행 인가, 도시계획·건축심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의 절차를 통해 사업을 최종 승인했다.

무악2구역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박 시장은 이날 예고 없이 현장을 찾았다. 서울시는 지난달 조합 측에 철거 중단을 요청하는 ‘철거 유예’ 협조공문을 보냈으나 조합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박 시장은 “내가 손해배상을 당해도 좋다”며 공사 중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행정책임가인 시장이 사회적 갈등에 대한 중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다. 다만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수차례 심의 과정을 거치며 바로잡을 수 있었던 서울시가 공식 행정절차가 아닌 시장 개인의 정치력에 기대 스스로 결정한 행정 절차를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