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되면 웃돈 수천만원…아파트·토지 등서 치고 빠지기
부동산시장의 '체리피커'…인기단지 분양권 60∼80%가 전매


부동산 시장에서 단기간 내 돈을 좇아 수익을 내고 빠져나오는 '단기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을 쫓아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곳만 몰려다니며 초기에 팔고 나오는 '단타족'들이 대거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분양쇼핑족, 체리피커(cherry picker)들이다.

이런 단기 매매는 투자자 입장에선 적은 초기비용으로 고수익을 올릴 기회인 반면 경쟁률과 거래비용(프리미엄)을 높여놔 거품을 만들고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도 우려된다.

◇ 대구 청약 대박단지 분양권 초기 전매율 80% 달해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인 단기 투자상품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분양 물건이다.

계약금만 준비되면 상품에 따라 한달 내에 수천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15일 GS건설에 따르면 지난 1월 역대 최고 분양가로 화제를 모으며 인기리에 분양된 서울 서초구 신반포 자이는 일반분양분 153건 가운데 현재까지 89건이 명의변경 됐다.

최초 당첨자의 58% 이상이 분양계약 석달여 만에 분양권을 팔고 나간 것이다.

이 아파트는 평균 분양가가 3.3㎡당 4천290만원, 소형인 전용면적 59㎡의 분양가가 11억원이 넘어 논란이 있었는데 실제 청약자 4천200여명 가운데 최소 절반 이상은 단기 투자수요였던 셈이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3천만∼5천만원 선. 그러나 초기 손바뀜이 일어난 뒤 현재는 거래가 소강상태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20평형대 소형 아파트의 분양가가 11억원이 넘는데 실수요자만으로 높은 경쟁률이 나오기 어렵다"며 "신반포자이의 경우 계약 직후 전매가 가능한 상품이어서 전매차익을 노린 청약자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보다 분양가가 낮은 대구·부산 등 지방은 웃돈을 노린 단타 매매가 더욱 성행하고 있다.

인기 아파트마다 청약통장을 들고 따라 다니는 '분양쇼핑족'들이 득세한다.

지난 1월에 대림산업이 분양한 대구 중구 대신동 e편한세상 아파트는 일반분양분 305가구 가운데 245건이 전매돼 초기 전매율이 무려 80.3%에 달했다.

이 아파트는 217가구 일반분양에 대구지역 1순위에서만 2만7천300여명이 몰려들어 평균 경쟁률이 125대 1을 넘은 덕에 3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당첨만 되면 가만히 앉아서 몇천만 원의 웃돈이 보장되는데 온 가족의 청약통장을 동원해서라도 청약을 안할 이유가 없다"며 "청약하고 보름∼한달 안에 웃돈을 500∼1천만원만 챙겨도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헬리오시티'도 다음달 초 6개월간의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면 전매차익을 노린 당첨자들의 명의변경 요청이 줄 이을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회사로 걸려오는 전매 문의가 하루 40∼50통이 넘는다"며 "일반분양 물량이 1천200가구가 넘기 때문에 손바뀜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상가 등에도 단기자금 쏠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택지지구의 점포겸용 단독주택 용지에도 최근 분양 때마다 수만명이 넘는 신청자들이 몰리고 있다.

LH가 지난 3월 공급한 부산 명지지구 점포겸용 단독주택 용지는 2개 블록에서 100개 필지가 분양됐는데 총 5만2천50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525대 1에 달했다.

또 광주 효천지구의 점포겸용 단독주택지 25개 필지에는 3만2천600여명이 몰려 무려 1천304대 1의 경쟁률을, 고양 삼송의 단독주택 용지에는 5개 필지 공급에 1만1천949명이 몰려 평균 2천389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이달 초 LH가 공급한 부천 옥길지구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에는 신청자가 폭주해 LH 청약센터의 컴퓨터가 장애를 일으켜 마감을 하루 연장하기도 했다.

옥길지구의 단독주택용지 39필지와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22필지에는 총 3만1천874명이 몰려 평균 522.5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 가운데 단독주택 1필지는 4천720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LH의 단지내 상가도 없어서 못팔 정도다.

LH가 지난달까지 분양한 상가의 낙찰가율은 212%로 기본 낙찰가가 LH가 책정한 예정가의 2배 수준이다.

지난달 분양된 위례신도시 상가 1필지는 경쟁률이 78대 1, 낙찰가율이 25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단독주택용지나 상가 등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이 단기 투자 수요의 개입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박합수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단독주택용지에 직접 집과 점포를 지어 살겠다는 실수요자가 지구별로 2만∼3만명에 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상당수 전매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당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상가의 경우도 안정적인 임대이익을 얻으려는 실수요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 최근엔 낙찰 즉시 전매를 하려는 투자자들이 개입해 경쟁률이 과도하게 높아지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이 과도한 웃돈을 주고 구입할 경우 상가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