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외건설 부흥의 돌파구가 될 이란
한국 경제가 저(低)성장 시대에 본격 진입했다는 게 중론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문턱에서 주저앉는 소위 ‘중진국병(病)’에 걸린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건설경기 또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일부 지역의 주택 시장을 제외한 건설경기는 바닥수준이다.

해외건설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경제의 부진과 저(低)유가 장기화로 인해 해외의 대형 건설프로젝트 발주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해외건설수주액은 2014년도에 비해 3분의 1가량 감소해 해외건설시장에 의존해 온 대형 건설업체들의 생존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건설업체의 전체 수주액 중 해외매출 비중이 40%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해외건설은 한국 경제가 1, 2차 오일쇼크와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절대적인 기여를 할 정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해외건설 수주를 위한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의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 때 건설업계를 대표해 방문단 일원으로 다녀왔다. 이란과 한국은 서울 강남에 ‘테헤란로’가 있고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수년간 지속된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한국 드라마 ‘대장금’의 시청률이 90%를 넘었다고 하니 한국과 이란의 정서적 동질감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덕분인지 이란에서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다른 경쟁국가들보다 좋다고 한다.

이란 인구는 8180만명으로 중동 국가 중 가장 많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의 자원 부국이다. 무엇보다도 이란이 갖는 경제적 가치가 커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목말라 있는 선진국가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란은 2009년부터 8년간 서방국가의 경제제재를 받아서인지 직접 가서 보니 도로, 철도, 댐, 정유시설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은 그 낙후 정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했다.

다행히 이란은 자원부국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 부존자원이 풍부해 높은 경제성장 잠재력을 지닌 몇 안 되는 중동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경제제재 해제 뒤 외부로부터 산업화에 필요한 기술과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란 정부도 낙후된 경제를 조속히 회복시키고자 석유의존도를 줄이고 비(非)석유부문 수출산업화와 도로 등 인프라시설 확충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제재 해제 이후 약 1600억달러에 해당하는 건설·플랜트 프로젝트가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고속철도, 댐, 담수시설 등 초대형 건설프로젝트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기술경쟁력을 갖춘 한국 건설업체가 진출할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52조원 규모의 수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하니 건설업계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과 같다고 할 만하다. 다만 아직은 이란의 금융인프라가 취약하고 앞으로 투자개발형 건설프로젝트를 늘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내 건설업체가 이란에 진출할 때 국내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과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앞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란 건설부 장관을 만났다. 국내 건설업체가 이란 시장에 진출할 때 양국 정부가 적극 협조키로 한 만큼 향후 이란 건설시장에 대한 국내 건설업체의 진출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 건설업계도 국토부와 협력해 모처럼 찾아온 해외건설 부흥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이를 통해 얼어붙은 국내 경제에 온기가 돌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삼규 < 대한건설협회 회장 csk@cak.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