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3천500억원 부과
사면 8개월만에 또…제 버릇 남 못 준 건설업계


대형 국책사업인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3조2천억원대 담합을 한 건설업체들이 대거 적발됐다.

입찰 담합에 연루된 건설사는 13개로, 현대건설·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모두 포함됐다.

공정위는 한국가스공사가 2005∼2012년 발주한 통영·평택·삼척 LNG 저장탱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13개 건설사에 과징금 3천516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런 과징금 규모는 건설공사 입찰 담합에 부과된 것 중 역대 두 번째다.

지금까지 건설업계에 부과된 최대 담합 과징금은 2014년 7월 호남고속철도 담합 과징금으로 4천355억원이었다.

건설사들은 2005∼2006년, 2007년, 2009년 총 3차례에 걸쳐 낙찰 예정자를 미리 정해두고 12건의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는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시공 실적이 있는 업체들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한 담합이었다.

건설사들은 공사별로 미리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참여자, 투찰가격을 정해 출혈 경쟁을 피했다.

물량도 고르게 '나눠먹기' 할 수 있었다.

합의에 따라 정해진 낙찰예정자는 가장 낮은 가격으로 입찰 내역서를 쓴 뒤 그보다 조금씩 더 높은 가격으로 들러리사들의 입찰내역서를 대신 작성해 건네는 방식을 썼다.

실제로 초기부터 담합에 참여한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 8개 건설사의 수주 금액은 3천85억∼3천937억원으로 수주 금액이 비슷했다.

나중에 담합에 참여한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등 5개사 수주 금액은 500∼700억원대였다.

발주처가 LNG 공사의 입찰 참가 자격을 완화해 참가 가능 업체가 늘어나자, 기존 담합자들은 새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업체들까지 모두 끌어들였다.

거의 모든 업체가 담합에 가담한 꼴이 됐다.

13개 건설사가 담합을 통해 수주받은 공사는 모두 3조2천269억원(부가가치세 제외)에 달한다.

업체별로는 삼성물산이 부과받은 과징금이 732억원으로 가장 많다.

대우건설(692억원), 현대건설(620억원), 대림산업(368억원), GS건설(325억원)이 뒤를 이었다.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된 경남기업, 동아건설산업, 삼부토건 등 3개사에는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았다.

이번에 적발된 13개 건설업체는 단 한 곳도 이전처럼 최대 2년까지 공공공사 입찰 참여가 제한되는 행정 제재를 받지 않는다.

지난해 광복절 특별 사면을 받은 업체와 작년 8월 25∼9월 7일 특별 사면을 신청한 업체는 입찰 참가 제한 조치를 하지 않기로 해서다.

이번 사건은 광복절 특별 사면을 계기로 건설업계가 대대적으로 자정 결의를 하기 전 벌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건설업체의 고질적 '담합 병폐'를 또다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입찰 참가 제한이 풀리자 결의문을 내고 "부조리한 과거 관행과 완전히 단절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었다.

2014년 7월에는 "입찰 담합 등 불공정 행위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준법경영시스템 실천을 약속했다.

한국가스공사는 13개 건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