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이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거제와 울산 동구 부동산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거제 시내 대표 주거단지인 수월동 전경. 한경DB
조선산업이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거제와 울산 동구 부동산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거제 시내 대표 주거단지인 수월동 전경. 한경DB
조선산업이 지역 경제를 떠받쳐온 경남 거제와 울산 동구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각각 울산 동구와 거제도에 주력 조선소를 두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3000여명씩의 인력 감원을 예고하고 역시 거제도에 생산시설을 둔 삼성중공업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실시된 희망퇴직 등으로 이들 지역 인구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분양 속출하는 거제

울산 84㎡ 2천만원 뚝…거제선 분양 중단도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5억500만원에 거래된 거제시 고현동 ‘롯데인벤스가’ 아파트 전용면적 136㎡는 올 1월 5000만원 떨어진 4억5500만원에 매매됐다. 거제시의 대표 단지인 수월동 ‘거제 자이’ 전용 84㎡(4층)는 작년 3월 3억6000만원에 거래됐으나 같은 주택형 같은 층이 올 3월에는 3억3700만원에 팔렸다.

분양시장 위축도 뚜렷하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거제는 ‘분양 불패’ 지역으로 꼽혔다. 현대산업개발이 작년 5월 양정·문정동에 공급한 ‘거제2차 아이파크’는 최고 12 대 1의 청약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으며 6월 대우건설이 분양한 ‘거제 센트럴푸르지오’도 모든 주택형 청약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조선업체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 작년 하반기부터 양상이 달라졌다. 협성건설이 거제시 아주동에 짓기로 한 600가구 규모의 ‘협성 휴포레’는 지난해 7월 분양을 시작했지만 분양률이 10%에 그치자 결국 사업을 접었다. 작년 11월 일성건설이 내놓은 ‘거제 일성유수안’도 청약 접수 결과 267가구 가운데 8%가 분양되는 데 그쳤다. 지난달 한국토지신탁이 시행을 맡은 ‘거제 코아루파크드림’도 미분양됐다. 이영란 ‘거제 오션파크자이’ 분양상담팀 과장은 “주요 아파트 가격이 정점에 비해 최고 20% 가까이 떨어진 게 분양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권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웃돈)이 붙는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거제 더샵블루시티’ 전용 74㎡는 분양가가 2억5000만원이었지만 지난달 3500만원가량 떨어진 2억1500만원 선에 분양권이 거래됐다.

◆울산 동구, 집값 하락에도 매수 없어

울산 상황도 비슷하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하며 투자 유망지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1월 현대중공업 사무직 1300명이 희망퇴직을 하는 등 본사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잇따라 일자리를 잃으면서 부동산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동구 ‘전하 푸르지오’ 전용 84㎡는 작년 10월 3억9500만원 안팎에서 시세가 형성됐지만 이후 계속 떨어져 매도 희망가격이 3억7000만원에 머물고 있다. 같은 주택형 ‘e편한세상 전하’도 지난해 12월 평균 시세가 4억1000만원 정도였지만 이달 들어 2000만원가량 내린 3억9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2013년 말 17만8468명이던 동구 인구는 작년 말 17만4963명으로 3505명 줄었다. 현지에서는 불안 심리에 매수자가 몇 달째 없는 상태다. 인근 신동철 현대아이파크 공인 대표는 “작년 가을 아파트값이 고점을 찍은 뒤 평균 1000만원 이상 떨어졌다”며 “동구는 작년부터 아파트값이 꺾였고, 북구 중구 남구 등에서도 매매가가 500만~1000만원 이상 떨어져 매물이 나오는데도 매입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비상 경영에 들어가면서 울산 동구 부동산시장은 더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과 2018년 입주를 앞두고 있는 상당수 신규 아파트에서 분양자들이 입주를 포기하는 ‘입주 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조선 등 주요 제조업 불황이 지역 경제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간 상황이라 부동산시장도 구매력 약화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당분간 거제·울산·포항 등은 가격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설지연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