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이후 부동산시장 어디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에도 어김없이 선거 후보자들이 지역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각종 개발 공약을 내세웠다. 지속적인 전세난 속에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미국발(發) 금리 인상, 일부 지역 공급 과잉 우려 등이 겹치면서 후보자들의 공약에 개발 잠재 가치가 높은 지역 부동산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총선 공약 살펴라

4·13 총선 이후 부동산시장 어디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초 얼어붙었던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총선 이후 조금 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발 공약을 내세운 후보자가 당선되면 그 지역 개발사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토지시장이나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리서치실장은 “총선 공약 중 서민의 삶과 밀접한 부동산 관련 공약이 많다 보니 개발 공약이 많은 지역에서 이달 이후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발 공약 중에는 과거 논의한 것들이 많아 대형 호재가 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총선 공약들은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공약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선거 후보자들이 당선된 뒤 주민 논의부터 예산 확보까지 어려운 과정이 필요해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도 “현재 개발 공약 때문에 호가가 오르고 있는 일부 지역에선 총선이 끝나면 실망감으로 거래량이 줄거나 가격이 떨어지는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총선 이후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강남발 재건축 훈풍이 선별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능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수도권 주요 지역이나 지방 도심 주택시장은 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나머지 외곽 지역은 얼어붙을 것”이라며 “분양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시장에는 미뤄진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질 전망이다. 당초 3월 분양 물량이 올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건설사들이 4·13 총선에 쏠린 관심을 피하기 위해 상당수 물량을 이달로 미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5만6737가구(조합·임대 등 포함)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3월 공급 물량(4만3201가구)보다 31.3%(1만3536가구) 늘어난 규모다.

도시정비사업 공약이 많은 서울

서울에서는 재개발 뉴타운 등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공약이 눈에 띈다. 후보자들은 물론 정부도 도시재생 사업에 적극적이다. 선두 구역을 지정하고 재정 지원을 늘리고 있다.

서울 서대문을에서 출마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가재울3구역 방음벽 설치, 경전철 신설 등을 선거 주력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동대문을) 홍익표(성동을) 의원 등은 명문 학교 유치 등을 핵심 공약으로 마련해 지역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뉴타운에 입주하는 30~40대 젊은 부부들이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총선 이후 서대문구에서 홍제2구역을 재개발한 ‘홍제원 아이파크’와 남가좌동1구역을 재건축한 ‘DMC2차 아이파크’를 분양한다.

성북갑은 4년 전 선거 때처럼 ‘리턴매치’가 벌어지는 곳이다. 이 지역에서 정근태 새누리당 후보는 ‘경전철 환승 4개 역세권’ 등 도시계획 변경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성북천, 정릉천 등에 트램펄린을 설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성북구 장위뉴타운에선 삼성물산이 오는 6월 2개 단지 등 총 1365가구를 일반 분양할 예정이다.

서울 분양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는 강남구도 세곡지구 지하철역 유치, 수서와 세곡지구 그린벨트 해제 등의 개발 공약이 나오고 있다. 강남구에선 개포주공3단지 일원현대 등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용산구의 개발 공약도 관심 대상이다. 용산의 공약 핵심은 ‘재개발과 관광 활성화’로 요약할 수 있다. 용산은 이태원 외국인 중심 특화공간 조성, 용산 전자상가 최첨단 정보기술(IT) 청년 창업 밸리 육성, 낡은 지역을 보수하는 방식의 도시재생 사업, 미군부대 부지 국제기구 유치, 용산 테마관광 명소 등의 공약이 나오고 있다.

그 외 서울의 중심업무지구로 불리는 종로구에서는 신분당선 연장선 조기 착공 및 완공 공약이 눈에 띈다. 뉴타운 조성이 무산된 창신·숭인동에서는 소규모 블록형 재개발 추진 등의 공약이 나오고 있다.

교통 관련 공약 많은 경기도

경기도에서는 지속적인 전세대란으로 서울과 접근성이 좋아지고 있는 지역이 관심 대상이다. 김포시를 비롯해 하남시, 남양주시, 화성 동탄신도시 등이다. 이들 지역은 특히 지하철 개통 등 교통 관련 공약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김포시는 김도식 새누리당 후보가 김포~일산 킨텍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연결, 48번국도 풍무교차로 신설, 시도 5호선(사우동~김포한강로) 연결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광역환승센터 설치, 서울행 광역버스 노선 증차, 김포한강로~외곽순환고속도로 간의 영사정 나들목(IC)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도건설은 이달 김포도시철도 운양역(2018년 개통 예정) 인근에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6차’ 199가구를 분양한다.

하남시에서는 문학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하철 3·8·9호선 하남 연장, 미사강변도시 및 위례신도시 교통문제 해결 등의 공약을 내놨다. 이현재 새누리당 후보는 5호선 검단산역 2019년 조기 개통, 9호선 하남 연장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남양주시도 지하철 4·8호선 연장 차질 없는 완공, GTX 남양주 연장 등의 공약이 나오고 있다.

지방에서는 이색적인 지역 개발 공약이 눈길을 끈다. 충청북도에서는 미호천 항공 수상레저 복합공원 조성, 유해화학물질 관리센터 건립, 주택가 놀이터를 활용한 주차난 해소 등의 공약이 나왔다. 대구에서는 대구 구간 고속철도(KTX) 지하화, K2 공군기지 이전, 피크닉랜드 조성, 검단들 첨단산업단지 개발 등의 공약이 나왔다. 부산에서는 가장 뜨거운 공약인 가덕 신공항 건설을 비롯해 2030 등록엑스포 유치, 북항 지역 해양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이 등장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