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바꾼 '도시계획 시간표'
오는 13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도시계획 및 건축 행정이 사실상 멈춰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 사이에 압구정동, 한남동, 서계동 등 시내 주요 지역의 밑그림을 새로 그리는 도시·재정비계획을 연달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모두 선거 이후로 미뤘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대규모 도시계획을 발표했다가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선거에 나선 현역 국회의원들이 서울시 계획을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할 수 있다는 걱정도 연기 배경이다.

총선이 바꾼 '도시계획 시간표'
발표가 미뤄진 지역 대부분은 지역 주민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자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는 시내 요지들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최종 자문 절차까지 마친 ‘압구정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은 애초 지난달부터 주민 공람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선거 뒤로 늦춰졌다.

재개발이 이뤄지면 강북 한강변 인기 주거지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용산구 한남뉴타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구역 내 재개발조합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면서 재정비계획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서울시는 올해 초 수정된 계획을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총선 뒤로 미뤘다. 지난해 확정안을 내놓는 게 목표였던 서울역 인근 서계동에 대한 지구단위계획도 발표가 미뤄졌다. 서울시 발표가 연기되면서 지난달 18일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재건축 조합원 200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여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계획에는 주민들의 요구보다 재건축 사업성이 못 미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선거철에 발표하는 게 행정기관으로선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비해 서울시의 일부 정책은 선거를 앞두고 성급하게 발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서울시가 발표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정책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민간사업자에게 용적률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해당 정책을 통해 2030년까지 20만가구의 ‘청년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상이 되는 역세권 토지의 30%에 모두 임대주택이 들어설 경우를 상정한 숫자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다.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