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7월부터 지은 지 15년 이상 된 서울지역 아파트에 대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된다. 수직증축이 추진되고 있는 개포동 대치2단지 전경. 한경DB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지은 지 15년 이상 된 서울지역 아파트에 대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된다. 수직증축이 추진되고 있는 개포동 대치2단지 전경. 한경DB
서울 시내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2014년 주택법 개정 이후 2년여 만에 물꼬를 트게 됐다. 서울시가 이르면 이달 중 ‘공동주택(아파트)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공개하고 올 하반기부터 시행에 들어갈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시의 구체적인 인허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조합 설립단계에 머물고 있는 대치2단지(개포동), 대청아파트(개포동), 성지아파트(송파동) 등 강남권 주요 단지들이 건축심의 등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일조권 규제 숨통…대치2·잠원한신 등 3층씩 높여 리모델링 가능
서울시는 현재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의 최종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달 주민공람에 이어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6월께 기본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2014년 개정된 주택법에 따라 건축도면이 남아 있는 준공 15년 이상 된 아파트는 최대 3개 층을 더 올리고, 기존 주택 수도 15%까지 늘릴 수 있다. 이 법을 근거로 서울시가 서울 지역 주거 여건에 따라 세부 내용을 이번에 정하는 것이다.

법 개정 이후 2년 동안 기본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서울 리모델링 조합들은 건축심의 등을 받을 수 없었다.

◆중층 단지 리모델링 기대

일조권 규제 숨통…대치2·잠원한신 등 3층씩 높여 리모델링 가능
건설업계는 서울시 기본계획이 마련되면 높이 10층 중반대 이상 중·고층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시내 아파트 중 높이 16층 이상 중·고층 아파트는 전체의 43%(64만9247가구)에 달한다. 이들 아파트는 재건축을 하더라도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바닥 면적의 합)을 크게 올리기 힘들어 재건축 사업성이 저층 단지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시내 530개 단지(42만4855가구·2014년 기준)가 실제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건축을 통한 용적률 상승폭 30%포인트 미만, 수직증축을 통해 주택 수가 10% 이상 늘어나는 곳 등의 조건을 대입해 적정한 사업성을 갖춘 아파트를 추려낸 결과다.

◆걸림돌이던 일조권 규제 완화

서울시 기본계획안에는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일조권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 내 동(棟) 간 거리를 서울시 조례에 따른 기존 기준(건축물 높이의 0.8배)보다 완화해 보다 촘촘히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건축심의 과정에서 건축법에 따른 동 간 거리 기준인 ‘건축물 높이의 0.5배’ 한도 내에서 규제를 푸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의 주요 장애물로 꼽히는 단지 북쪽 방향 외부 건물에 대한 일조권 규제 기준은 변함이 없다. 서울연구원은 2014년 조사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 연한(준공 후 15년)에 도달한 아파트 1437개 단지 중 절반가량인 688곳(47.9%)이 단지 외부에 대한 일조권 규제 때문에 사업 추진이 어려운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지 북쪽 바깥에 있는 외부 건물의 일조권에 대한 규제 기준은 건축법으로 정해져 있어 서울시 조례를 통해선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조합·추진위원회에 저리 융자 등의 재정 지원을 하는 방안도 장기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사업 절차가 규정된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달리 주택법 적용을 받는 리모델링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조합의 안정적인 운영이 힘들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리모델링 추진위의 설립 절차와 요건이 주택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초기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에 관한 내용은 기본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도시계획·건축 심의 등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건설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 개포동 대치2단지조합은 지난 16일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2008년 현대산업개발이 단독 수주한 사업이지만 수직증축이 허용되며 공사 뒤 가구 수가 2000가구 이상으로 늘어나게 돼 대림산업을 새롭게 대표 시공사로 뽑았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