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로 아파트 주춤한 사이 연립·다세대에 관심
경쟁률 오르고 감정가 100% 이상 신건 낙찰도 늘어


수도권 법원 경매 시장에서 연립·다세대 주택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최근 대출 규제 등으로 아파트 거래가 주춤한 가운데서도 연립·다세대 거래는 상대적으로 견고하게 이뤄지자 법원 경매 시장에 나오는 연립·다세대주택의 낙찰가율이 오르고 경쟁률이 높아지는 등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31일 법원경매전문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29일 현재 서울지역 연립·다세대 주택의 낙찰가율은 88.9%로 2010년 4월(92%) 이후 5년11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이 작년 9월 97.1%, 올해 1월 99.0%까지 치솟았다가 3월 들어 91%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연립·다세대는 상대적으로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달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의 물건당 평균 응찰자수는 5명으로 2011년 2월(5.1명) 이후 가장 많았다.

경기도 연립·다세대 주택의 낙찰가율도 평균 80.9%를 기록하며 지난해 10월(81.8%) 이후 처음으로 80%대를 회복했다.

평균 응찰자수는 5.9명으로 2009년 8월(6.3명) 이후 6년7개월 만에 가장 많다.

이처럼 경쟁률이 오르면서 연립·다세대의 신건(경매 기일이 잡히고 처음 입찰에 부쳐진 물건) 낙찰 사례도 늘고 있다.

신건에 낙찰된다는 것은 감정가 100% 이상에 고가 낙찰됐음을 의미하는데 서울의 경우 3월 현재 신건 낙찰률은 10.9%로 올해 처음 두자릿수를 회복했다.

신건 100건중 10.9건이 감정가 이상의 높은 가격에 주인을 찾은 것이다.

경기도 연립·다세대의 신건 낙찰률은 9.6%로 지난해 9월(15.8%) 이후 가장 높았다.

실제 지난 21일 입찰에 부쳐진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T빌라는 2명이 경쟁해 감정가의 174%인 1억5천10만원에 낙찰됐고 22일 입찰한 서울 마포구 망원동 S빌라는 감정가의 119%인 1억6천199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지난 22일 입찰한 인천 서구 검암동의 J 빌라는 44명이 응찰했는가 하면 15일 나온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B빌라에도 28명이 몰려들었다.

연립·다세대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지난 2월 수도권부터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강화 조치로 구매 부담이 큰 아파트에 비해 연립·다세대 거래가 늘어난 때문이다.

서울지역의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크게 오르면서 일부 세입자들이 비싼 아파트 대신 서울과 경기 등지의 연립·다세대 구매쪽으로 관심을 돌린 것도 이유로 꼽힌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이달 주택 가격도 서울의 경우 아파트는 0.01% 하락했지만 연립주택은 0.02% 상승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올라온 3월 현재 주택 거래량에서도 아파트는 총 6천734건으로 지난해(1만2천975가구)는 물론 2014년(9천478건)에 비해서도 적다.

그러나 연립·다세대 거래량은 3월 현재 총 4천479건으로 지난해(5천422건)보다는 감소했지만 2014년(3천762건)에 비해선 증가했다.

지지옥션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투자금액이 적은 다세대·연립주택의 경우 대출 규제 정책 변화에 따른 부침이 덜해 경매 시장에서도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EH경매연구소 강은현 소장은 "최근 주택시장이 주춤하면서 경매 역시 가격이 싸고 입지가 양호한 인기 물건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다만 3월에는 통상적으로 경매 지표가 개선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4월 이후까지 이런 경향이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