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선호에 입주 5년 이하 시세 상승폭 가장 커
낡을수록 가격 안오르고 전세 적체되기도…청약 인기에도 영향

서울 마포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주부 박모(35)씨는 조만간 이사를 계획 중이다.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가 입주 13년차로 낡은 편이어서 새 아파트 전세로 갈아타려는 것이다.

박씨는 "어차피 당분간은 전세로 살 예정이어서 투자목적보다는 생활 편의를 많이 고려하고 있다"며 "새 아파트가 낡은 아파트에 비해 평면 설계나 편의시설도 좋아서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현상이 높아지면서 새 아파트가 매매, 전세가격 상승세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0.59% 상승한 가운데 입주 5년 이하 새 아파트들이 평균 0.75% 상승했다.

입주 6∼10년차가 0.35%, 10년 초과 아파트들이 0.63% 오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큰 것이다.

투자 상품인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매매, 전셋값 시세 왜곡이 커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연간 누적으로도 전국의 입주 5년 이하 새 아파트의 전셋값이 22.75% 올라 6∼10년 이하(12.05%)나 10년 초과(12.06%)에 비해 상승폭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매매가격도 마찬가지다.

올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재건축 제외)은 평균 0.06% 오른 가운데 입주 1∼5년 사이 새 아파트들은 0.20% 상승했다.

입주 6∼10년차가 0.02% 하락하고 10년 초과 아파트들이 0.05% 오른 것에 비해 새 아파트의 상승폭이 컸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 역시 입주 5년 이하 새 아파트가 6.11% 오르는 동안 6∼10년은 4.78%, 10년 초과 아파트는 5.38%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년 이하 새 아파트가 지난해 20.93%, 올해 1.78% 각각 올랐다.

입주 6∼10년 아파트(작년 15.84%, 올해 0.77%)나 10년 초과(15.92%, 1.16%)에 비해 상승폭이 큰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5년 이하 아파트가 지난해 6.75%, 올해 0.27% 각각 상승해 6∼10년(작년 5.42%, 올해 0.17%), 10년 초과(5.42%, 0.17%)에 비해 많이 올랐다.

경기도 역시 올해 5년 이하 새 아파트 매매가격이 0.26% 상승한 반면 6년 이상의 아파트들은 일제히 보합세를 기록 중이다.

전셋값도 5년 이하가 0.54%로 6∼10년(0.25%), 10년 초과(0.45%)보다 높다.

작년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26.13%로 6∼10년(11.1%), 10년 초과(14.69%)를 압도했다.

새 아파트는 재건축을 제외하면 평균 시세도 높았다.

전국의 5년 이하 새 아파트 3.3㎡당 시세는 1.192만원으로 6∼10년 1천87만원, 10년 초과 880만원에 비해 비싸다.

새 아파트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낡은 아파트들은 새 아파트에 비해 입지여건이 뛰어나고 시세 상승폭이 낮아도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대치동 선경 1·2차나 은마 아파트 등은 대치동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지만 전세 소진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

대치동 N공인 대표는 "과거에는 이 동네 전세가 없어서 문제였지만 올해는 전세가 나와도 한두달은 적체되는 게 기본"이라며 "아무래도 아파트가 오래되다보니 학군·학원 수요가 아닌 이상 살기 편한 새 아파트를 찾아 떠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은마아파트 101㎡ 전셋값은 1년 전 3.3㎡당 평균 1천316만원에서 현재 1천382만원으로 5% 올랐고, 선경 1·2차 102㎡는 1년 전 3.3㎡당 2천169만원에서 현재 2천410만원으로 11.1% 상승했다.

이에 비해 지난 2014년 2월 입주한 대치동 래미안 하이스턴 142㎡는 대형 아파트임에도 전셋값이 1년 전 3.3㎡당 2천320만원에서 현재 2천668만원으로 14.95% 상승했다.

같은 주택형으로 은마 아파트 매매값이 1년간 8.6%, 선경 1·2차가 5.9% 상승하는 동안 입주 2년이 갓 넘은 래미안 하이스턴의 상승률은 17.3%로 2배 이상이었다.

잠원동 Y공인 대표는 "새 아파트는 연식이 높은 아파트에 비해 같은 주택형이라도 실사용 면적이 크고 설계가 좋아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세입자는 물론이고 집주인들도 살던 집을 임대놓고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저밀도·저층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호재로 인해 오래될수록 가격이 높아졌지만 최근 연식이 쌓여가고 있는 고층 아파트는 대부분 고밀도로 재건축 추진이 어렵다는 점도 낡은 아파트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최근 청약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 역시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재건축도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새 아파트의 몸값이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