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파크'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드림키친 모형.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파크'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드림키친 모형.
[이소은 기자] 의정부 시내권에 10년 만에 처음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선다기에 찾은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파크’ 모델하우스. 개관을 열흘 앞둔 지난 8일, 내부는 한창 분주한 모습이었다.

‘직동공원 한가운데 들어서는 아파트’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으로만 구성된 단지’ 등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모델하우스 내부를 둘러보던 중 유닛 전시장 앞에 마련된 주방 작업대 모형이 눈에 들어왔다. 결혼할 나이가 돼서인지 ‘주방’이라고 하니 눈길이 먼저 갔다.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롯데건설의 주방 시스템 ‘드림키친’ 모형이었다.

모형 주위로는 부드럽게 닫히는 소프트 클로즈 도어, 후라이팬 등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특화 수납, 친환경 평가 최고 등급을 받은 자재, 손잡이를 없앤 디자인의 수납장 등 ‘드림키친’에 설치될 다양한 장치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었다. 그 중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주방 싱크대 및 조리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선택형 주방 가구 설계였다.

“주부의 키를 감안해 주방 싱크대와 작업대의 높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드림키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수요자의 필요에 따라 작업대 높이를 85cm와 90cm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는 분양대행사 이삭디벨로퍼 김남이 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을 듣고 나서 직접 각각의 모형 앞에 서서 음식을 조리하는 포즈를 취해봤다. 키가 169cm인 기자는 85cm보다는 90cm 작업대 앞에 섰을 때 훨씬 편했다. 허리에 들어가는 힘에 차이가 났다. 85cm 작업대 앞에서는 몸을 앞으로 굽혀야 해서 허리에 힘이 많이 들어갔지만 90cm 작업대에서는 상대적으로 허리를 세울 수 있어 편했다. 단 5cm였지만 체감차이는 더 컸다.

일반적으로 주방 작업대에는 85cm 높이가 우선 적용된다는 게 롯데건설 디자인연구소의 설명이다. 기존 롯데캐슬 아파트를 포함해 대부분 아파트에 설계되는 주방 작업대 높이도 85cm가 대부분이다. 한국가구시험연구원에서 인증한 가정용 싱크대의 표준 높이가 85cm이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입주민들의 키가 다양한 만큼 싱크대 규격에도 선택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90cm 높이의 작업대를 개발하게 됐다. 롯데건설 디자인연구소가 주방 싱크대와 작업대의 높이를 5cm 더 높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파크'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드림키친 모형.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파크'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드림키친 모형.
첫 번째는 과거에 비해 커진 여성의 평균 신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17세 이상 서울 여성의 평균 신장은 161.3cm로 조사됐다. 1965년 156.9cm에서 50년 만에 4.4cm가 커진 것이다.

현정은 롯데건설 디자인연구소 책임은 “요즘 젊은 주부들 중에는 키가 170cm를 넘어가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주방, 특히 싱크대와 작업대를 주로 이용하는 여성의 평균 키가 커진 만큼 과거 수치를 반영해 규격화한 작업대의 높이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어 닥친 ‘쿡방(요리방송)’ 열풍도 작업대 높이를 높인 이유가 됐다. 요리하는 남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키가 더 큰 남성들이 조리대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90cm 작업대를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오늘날 서울 남성들의 평균 키는 173.9cm 정도다.

현 책임은 “주방이 더 이상 여성만의 공간이 아님에도 주방 가구들은 여전히 여성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설계된 탓에 남성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키 큰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까지도 주방 일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작업대 높이를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사용자에 따라서 주방 작업대의 높이가 달라져야 한다면, 높이는 대체 얼마가 적당한걸까. 사용자의 자세나 어깨 높이, 허리 위치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 사용자 신장의 52% 높이일 때 편안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인테리어 담당자들의 중론이다. 사용자의 키를 반으로 나눠 5cm를 더한 높이가 적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두 공식 간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

이 계산법을 적용하면 신장이 170cm인 주부의 경우 88.4~90cm 높이의 작업대를 쓰는 게 가장 편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서울 남성들의 평균 키 173.9cm에 적용하면 적당한 높이는 90.4~92cm 수준이다. 키가 180cm 이상의 남성이라면 93cm 높이 이상의 주방 작업대를 사용하는 게 적합하다.

이를 롯데건설 드림키친에 적용하면 85cm 작업대를 이용하기 적당한 사용자의 신장은 160~163cm이며 90cm 작업대를 이용하기 적합한 사용자의 신장은 170~173cm다. 주어진 모형 앞에 직접 서보거나 본인의 신장이 어느 범위에 있는지를 고려해 두가지 작업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주방 작업대 높이를 높이는 시도는 건설사뿐만 아니라 주방 인테리어 업체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인테리어 가구 브랜드 한샘은 최근 기본으로 설계되는 주방 싱크대 및 작업대의 높이를 85cm에서 87cm로 조정했다. 조절 장치도 도입해 86~90cm 안에서 편의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작업대 높이를 90cm 이상으로 높여달라는 문의도 제법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신장이 커지고 트렌드가 변화한 만큼 90cm 높이의 작업대를 선택하는 수요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롯데건설의 기대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작업대 높이는 중도금 납입 시 선택하게 되는데, 단지들이 계약 단계라 얼마나 많은 수요자들이 높은 작업대를 선택했는지는 아직 파악할 수 없다”면서도 “현장에서도 남성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반응이 좋았던 아이템인 만큼 앞으로의 단지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택형 주방 작업대 등 드림키친을 적용한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파크’는 오는 18일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나선다. 지하 2층~지상 27층 17개 동으로 1단지 919가구, 2단지 931가구 등 총 1850가구 규모다. 전용면적은 59㎡, 84㎡ 등 중소형으로만 구성했다. 모델하우스는 경기도 의정부 상우고등학교 정문 맞은편(범골로 80)에 마련된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