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319개 단지 외부회계감사

1610개 단지 회계 부적합 …현금흐름표 미작성 가장 많아
강원은 37%가 비리 의혹…전북 34%·충북 32% 순

비리입건 70%가 내부자

3년간 관리비 20억원 횡령한 충남지역 아파트 관리소장
공사 입찰서 3000만원 받은 경기지역 아파트 동대표
전국 아파트 단지의 다섯 곳 중 한 곳꼴로 관리비 회계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관리소장이 관리비 20억원을 횡령하고 입주자대표가 아파트 시설 공사 입찰에서 ‘뒷돈’ 3000만원을 받았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본지 1월11일자 A1, 3면 참조
아파트 5곳 중 1곳, 관리비 줄줄 샜다

◆전국 아파트 19%가 회계 부적합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은 10일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한국공인회계사회, 경찰청과 합동으로 벌인 아파트 회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회계감사 결과에 따르면 외부회계감사 대상인 300가구 이상의 전국 아파트 8319개 단지 중 1610곳(19.4%)이 회계상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다. 2014년 상장법인 감사에서 부적합 의견을 받은 기업이 0.1%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코스닥 상장사는 부적절 의견이 상장폐지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아파트 회계 부실을 모두 위법한 비리로 볼 수는 없다고 국무조정실은 설명했다. 단순 회계상 오류에 따른 부적합 판정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아파트 회계 부실 비율이 높은 곳은 강원(36.8%), 전북(34.0%), 충북(32.2%), 서울(27.6%), 인천(26.9%), 세종(22.9%) 등 순이었다. 부적합 이유로는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가 43.9%로 가장 많았다. 현금흐름표는 관리비 및 각종 수입과 지출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회계감사보고서엔 필수다. 장병채 부패척결추진단 과장은 “현금흐름표가 없는 아파트 단지는 현금 유출입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며 “일부 아파트는 관리사무소가 비리를 숨기기 위해 현금흐름표를 제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관리비는 쌈짓돈?

국토부와 지자체도 민원이 많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429개 단지를 따로 조사해 312개 단지(72.7%)의 부정 사례 1255건을 찾아냈다. 경찰청도 지난해 11월부터 특별단속을 벌여 이미 153명을 입건했다.

적발된 곳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관리소장 등 관리비를 직접 관리하는 이들이 관리비를 함부로 쓴 경우가 많았다. 경찰청 단속 결과에 따르면 전체 비리 행위자 중 입주자대표 회장이 41.4%에 달했다. 관리소장도 35.3%였다. 충남 A아파트 관리소장은 2011~2014년 관리비 20억원을 증빙서류 없이 마음대로 썼다가 적발됐다. 경북 B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2013년 7월부터 2015년 8월까지 44회에 걸쳐 6100만원을 횡령했다. 전북 C아파트의 관리사무소 경리 담당자는 2009년 3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289회에 걸쳐 관리비 1억5000만원을 빼돌려 자신의 대출금 이자, 자녀 용돈, 식료품 구입 등에 썼다가 경찰에 걸렸다.

◆수의계약으로 리베이트 챙겨

각종 공사 업체를 법적 근거 없이 선정하는 것도 문제로 나타났다. 계약금이 200만원 이상인 경우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의계약을 한 곳이 수두룩했다.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곳도 있었다.

경기도 D아파트의 동대표는 아파트 단지 내 체육시설 운영업체 선정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로비자금 3000만원을 받았다가 적발돼 구속됐다. 같은 지역 E아파트의 입주자대표 회장은 아파트 외부도색 공사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1500만원을 받고 입찰 서류를 조작했다가 걸려 구속됐다.

충남의 F아파트는 재활용수거업체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허위로 폐기물처리신고필증을 제출했는데도 그대로 사업자로 선정해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의 회계사는 “업체들이 수의계약을 악용해 공사비를 부풀리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위원들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사례가 흔하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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