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가 음식점과 카페의 신규 개점을 금지하기로 한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서촌 일대 거리 모습. 한경DB
최근 서울시가 음식점과 카페의 신규 개점을 금지하기로 한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서촌 일대 거리 모습. 한경DB
앞으로 서울 종로구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 서촌(청운효자동·사직동 일대)에 새로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카페를 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카페도 상권이 이미 활성화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개점이 금지된다. 인왕산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이 일대에 새로 짓는 모든 건물의 높이는 4층(16m) 이하로 제한된다. 서촌 일대가 관광지로 인기를 끌면서 임대료가 상승해 기존 주민과 상인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도시·건축계획을 이용해 규제에 나선 것이다.

일부 주민과 부동산업계에선 서울시의 계획에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촌 한옥마을에 프랜차이즈 식당·카페 더 못 들어선다
서울시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복궁서측 지구단위계획’을 마련하고 주민 공람을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2월 서울시는 서촌 일대를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해 건축물 신축과 주택을 음식점 등으로 바꾸는 용도 변경을 일시적으로 금지한 뒤 1년여간 구체적인 지구단위계획을 그려왔다. 지구단위계획은 특정 지역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건축물의 규모·용적률·높이뿐 아니라 지역 내 권장·금지 업종까지 정하는 ‘작은 도시계획’이다.

이번 계획은 종로구 청운효자동·사직동·옥인동 일대 58만2297㎡에 적용된다. 이 지역은 전체 2136동의 건물 중 한옥의 비중이 31%(668동)에 달해 북촌과 함께 서울 내 대표적인 한옥 밀집지역으로 꼽힌다. 2010년 한옥보전지구로 지정됐다. 이 지역은 2012년 2120억원의 예산을 들여 옥인아파트를 철거한 뒤 수성동 계곡을 복원한 다음부터 관광 명소로 입소문을 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곳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상인들이 떠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존 주민의 퇴거를 막기 위해 서울시는 음식점과 카페업종 입점 금지라는 강수를 내놨다. 프랜차이즈업체가 운영하는 음식점과 카페는 자하문로(왕복 6차로), 사직로(왕복 5차로)와 맞닿은 대로변을 제외하곤 새로 들어설 수 없게 된다. 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카페도 효자로, 필운대로, 옥인길, 배화여대 주변 등 기존 상권 지역을 빼고는 개점이 불가능해진다. 이미 운영 중인 업체는 계속 영업할 수 있다. 관할 구청인 종로구청이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업종을 제한한다.

한옥보전지구의 특성을 반영해 건축 규제도 강화했다. 지구 내 한옥권장 필지는 기본적으로 2층 이하 건물만 지을 수 있도록 했다. 폭 4m 도로와 붙어 있는 곳은 3층까지, 폭 8m 도로 옆에 있으면 4층까지 지을 수 있다. 한옥만 신축·재건축할 수 있는 한옥보전 필지는 1층까지만 지을 수 있었던 높이 규제를 2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완화했다. 높이 규제로 인한 건축주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한옥보전·권장 필지 모두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 1층 바닥면적) 제한을 기존 60%에서 70%로 완화하겠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 인왕산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서촌 일대 모든 건물의 높이를 4층 이하(16m)로 제한하는 내용도 계획에 담겼다.

이에 대해 남재경 서울시의원(종로1)은 “법에 따라 건축물 용도대로 가게를 개업하겠다는 것을 구청 인허가권을 이용해 전면 금지한다는 것은 행정력 남용이라는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