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찾은 서울 공릉동 태릉입구역(서울지하철 6·7호선) 인근 주택가. 태릉입구역 5번 출구를 나와 300여m를 걸어가다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자 옛 기찻길을 산책로로 꾸민 공원을 사이에 두고 3~4층짜리 빌라와 신축 원룸들이 늘어서 있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빌라들 사이로 담벼락을 하얗게 새로 칠한 2층 단독주택이 눈에 띄었다. ‘빈집 살리기 노원구 1호주택’이라고 쓰인 명패가 붙어 있었다. 얼마 전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거실과 방 세 칸이 깔끔하게 도배돼 있었다. 거실, 부엌, 화장실 등을 입주민들이 공유하는 ‘셰어하우스형 공공임대주택’이었다.

리모델링 공사 관계자는 “2인 1실의 월세는 20만원, 1인 1실은 25만원”이라며 “보증금은 둘 다 500만원으로 최대 6년까지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이 말하는 주변 신축 원룸 시세(보증금 1000만원·월세 40만원)보다 저렴하다.

서울시 전체 가구 중 1~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정책도 대학생, 청년 근로자, 홀몸 노인 등 1인 가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올 한 해 서울시가 1인 가구에 공급할 예정인 임대주택은 3000여가구에 달한다. 방치된 빈집과 낡은 고시원·여관·사무실 등을 리모델링해 주거난 해결과 함께 낙후 지역 도시 재생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서울 1인가구 위한 '착한 월세' 공공임대 3000가구 나온다
◆고시원 등 리모델링해 월셋집으로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서울 지역 1인 가구는 98만1574가구(27%), 2인 가구는 89만6287가구(24.7%)다. 1인 가구는 단독·다가구주택과 연립·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각각 47.7%와 15%에 달한다. 가족 단위 수요자에 초점을 맞춘 기존 임대아파트 공급으론 1인 가구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서울 1인가구 위한 '착한 월세' 공공임대 3000가구 나온다
서울시는 이들 1~2인 가구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 임대주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준공된 지 20년 넘은 고시원과 여관, 빈 사무실 등 비(非)주택까지 리모델링해 셰어하우스·원룸형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리모델링 사업자 선정과 공사를 마친 뒤 올해 중반부터 400여가구를 공급하고 내년엔 2000가구까지 공급량을 늘릴 예정이다. 주변 시세의 80% 이하 수준에서 월세를 정하고 최장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도 이달 다가구주택 1500가구와 원룸 4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민간 업체가 지은 다가구와 원룸을 사들인 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 근로자와 홀몸 노인 등에게 우선 공급할 예정이다.

◆첫해 성과는 지지부진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1~2인 가구 특화 임대주택 사업 중 일부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도시 내 방치된 주택을 리모델링한 뒤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비사업 해제구역 등 빈집이 늘어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2018년까지 185가구의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게 목표였다. 사업 첫해인 지난해에는 35가구(175명 입주)를 공급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8가구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시청·구청 홈페이지를 제외하곤 분양 정보를 구할 수 없는 등 홍보가 크게 부족했던 게 주된 이유라는 지적이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이달 말 민간과 협력해서 공급하는 대안 임대주택에 대한 분양을 지원하는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 문을 연 뒤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권서현 인턴기자(서울대 4년)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