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올해 부동산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1200조원 규모로 불어난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면서 주택경기가 지난해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와 도심권 신규 분양 아파트는 부동산 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꾸준히 투자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설 이후 재테크 전략] "부동산은 강남 재건축·도심 신규분양·오피스텔 순 관심"
정부는 이달 수도권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때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최대 1년 이내로 줄이고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하는 새 주택담보대출 심사제를 도입했다. 오는 5월2일부터는 지방에서도 이 제도를 시행한다.

PB들은 올해 집값이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PB 50명을 대상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 전망’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78%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다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집값 약세’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한 분위기였다. 또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응답은 8%였고 ‘집값이 다소 오르거나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란 응답은 14%로 나타났다.

올해 실수요자 입장에서 집을 사야 할 시기인지를 묻는 질문에선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주택을 구입하기에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64%였으며 ‘매우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도 8%였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올해 집을 살 시기가 아니라고 답한 것이다. ‘주택을 구입하기에 적절한 시기’라는 답은 12%에 그쳤다.

부동산경기 전망이 밝지는 않지만 투자할 곳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PB들이 가장 많이 꼽은 유망 부동산 투자처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였다. 임민영 한국투자증권 강남센터 차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대단지면서 학군이 좋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더라도 매입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권 신규 분양 아파트를 유망 투자처로 꼽은 의견이 두 번째로 많았다. 직장이 있는 도심과 가까운 지역의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월세 등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도 괜찮은 투자처로 이름을 올렸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데 맞춰 역세권 오피스텔과 원룸 수요가 꾸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