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빈집 100만 가구 (1)] 뒤늦게 '빈집 정비' 분주한 지자체
옛 도심지역 빈집이 늘어나면서 안전사고와 범죄 증가 등의 우려가 높아지자 광역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빈집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빈집이 7만가구를 넘어선 부산시는 2008년부터 총 173억원의 자체 예산을 투입, 빈집을 철거해주고 일정 기간 주차장 등 공공용도로 사용하는 사업을 통해 2000여가구의 빈집을 정비했다. 2013년부터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대학생과 저소득층에 반값으로 임대해주는 ‘햇살둥지사업’을 벌여 지금까지 283개동을 공급했다. 부산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빈집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했다.

광주광역시와 대구시도 폐가를 철거해 텃밭이나 마을공동체 공간 등으로 꾸미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광주시는 2008년부터 총 400곳을 정비해 53곳은 임시 주차장, 169곳은 텃밭으로 전환했다. 지역 부녀회와 각종 주민자치단체 등이 이용하고 있다. 대구시도 2013년부터 사업을 벌여 빈집 120곳을 정비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멀쩡한 집도 세입자를 찾기 힘든데 낡은 집을 리모델링해봤자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아 철거한 뒤 텃밭이나 주차장으로 쓴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작년부터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을 리모델링해 저소득층에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개·보수 비용을 최대 4000만원까지 서울시가 부담하는 대신 주변 임대료의 80% 수준으로 일정기간 임대해야 한다. 작년부터 빈집 13개동을 리모델링했으며 올해 40가구 추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가 연간 수십 가구의 빈집을 정비하는 정도로는 기존 도심 슬럼화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어촌정비법’ 등의 제도가 있는 농촌지역과 달리 도시지역은 관련 제도가 미비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도 없다. 부산 남구청 관계자는 “폐가를 정비하고 싶어도 집주인 동의를 받기 어렵고, 담당 공무원 한 명이 넓은 지역을 다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반시설 등 지역 주거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빈집만 고치는 데 그치면 종합적인 지역발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