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이 이어지던 분양시장이 빠르게 식는 분위기다. 지난여름까지만 해도 드물었던 청약 2순위 미달 단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분양 뒤 1개월간 보통 60%를 웃돌던 초기 분양계약률이 10%대로 떨어진 단지가 수도권 신도시에서 등장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7월(5만1287가구) 이후 가장 많은 물량으로 늘어나면서 주택 공급과잉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한풀 꺾인 분양시장] '완판 행진' 동탄2도 미분양 속출…초기계약률 10%대 단지 등장
1년4개월 만에 최대 미분양 물량

[한풀 꺾인 분양시장] '완판 행진' 동탄2도 미분양 속출…초기계약률 10%대 단지 등장
2009년 3월 16만가구를 넘었던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10월 3만여가구로 줄었다.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건설회사들이 분양 물량을 줄인 영향이 컸다. 여기에다 정부의 시장 부양책 등에 힘입어 지난해 초부터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살아나면서 지난여름까지 청약시장은 수요자들로 넘쳐났다.

부동산시장에 변화기류가 뚜렷해지기 시작한 건 지난달부터다. 올 하반기 들어 불거진 주택 공급과잉 논란에다 미국 금리인상, 내년 2월 담보대출 심사강화 예고 등으로 최근 기존 주택거래가 줄어들고 있는 데 이어 분양시장에서도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 4만9724가구는 1년4개월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지역별로는 지난 10월부터 신규 공급이 급증한 경기 용인지역 미분양 물량이 8100가구로 가장 많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미분양 급증에 대해 최근 신규 분양승인 물량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과 11월 분양승인 주택은 각각 8만4000여가구와 7만3000여가구에 이른다. 2007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단기 물량이 증가했지만 대출심사 강화 등에 대한 우려로 수요가 줄어 미분양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부터 분양 계약률 급락

청약 미달 단지는 지난달부터 크게 늘고 있다. 여름 비수기인 지난 7월 총 40개 분양 단지 중 청약 2순위까지 미달한 단지는 5개에 그쳤다. 하지만 이달 29개 분양 단지 중 미달 단지는 19개에 달한다.

지난달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초기 계약률은 10~20%대에 그쳤다. A건설회사가 공급한 2000여가구 단지의 초기 계약자는 5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 한강신도시도 이달 들어 일부 단지의 초기 계약률이 10%대로 떨어지고 있다. 한강신도시는 올해 전세난에 지친 서울 인근 거주자가 대거 몰리면서 ‘완판(완전판매)’ 행진이 이어졌던 곳이다.

인천 가정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B사는 초기 계약률이 기대치(50%)에 크게 못 미치자 최근 텔레마케팅 등을 통해 계약을 성사시키면 판매수수료를 기존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이 주는 이른바 ‘조직 분양’에 들어갔다.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최근 아파트를 공급한 C사는 분양률이 저조해 계약금을 돌려주고 모델하우스 문을 닫는 것까지 검토 중이라는 후문이다. 한 중견 주택업체 마케팅팀장은 “수도권 주요 신도시 분양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은행의 중도금 대출심사까지 강화되면서 분양 열기가 갑자기 식었다”고 말했다.

분양권 웃돈 ‘제로(0)’ 단지도

분양권 가격이 내려가면서 분양가에 웃돈이 붙지 않은 이른바 ‘무(無)피’ 단지도 크게 늘고 있다. 동탄2신도시 리베라CC 남쪽(남동탄)에서 최고 1500만원의 웃돈이 붙었던 전용 84㎡ 아파트는 웃돈 없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최고 2000만원의 웃돈이 붙었던 고양시 대화동 킨텍스 인근 단지에선 ‘마이너스 웃돈’ 매물까지 등장했다.

김진수/이현일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