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 주공 4단지(좌)·서초 무지개(우)
개포 주공 4단지(좌)·서초 무지개(우)
내년 서울 시내 재개발·재건축 이주 물량이 부동산정보업체 등의 당초 추정치 6만여가구보다 크게 적은 2만~3만여가구에 머무를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부터 수도권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활기를 띠어 올해 이주를 끝낸 곳이 많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정비구역 가운데 소형 아파트를 늘리기 위해 설계 변경을 추진 중인 곳이 많아 일부 사업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내년 2만~3만가구 이주

28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추진조합,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회사, 각 자치구, 공인중개업체 등을 대상으로 내년 이주 예정 단지 120여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정비사업을 위한 이주가 적게는 2만여가구에서 많게는 3만4000여가구에 머물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9월 이후 부동산업계가 내년 서울의 멸실(滅失) 주택을 약 6만가구로 추정해온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내년 정비사업지 이주 물량이 예상보다 줄어드는 것은 내년 이주 목록에 이름이 올라 있던 대형 사업지 상당수가 부동산 호황을 타고 올해 이주를 마쳤기 때문이다. 개포 주공3단지, 방배3구역, 사당1·2주택재건축, 일원동 현대사원, 흑석뉴타운7구역, 수색4구역, 신길7구역, 송파 거여 2-2지구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주택정책과에 따르면 올해 재개발·재건축을 위한 서울 시내 멸실 가구(이주 기준)는 4만5600가구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분기별로 평균 1만1000가구 이상 이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오히려 내년엔 이주 가구가 2만1500여가구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기존 자료를 토대로 “내년 정비사업 이주 가구(6만가구)가 신규 입주 예정 아파트 2만3000여가구보다 크게 많아 서울이 심각한 주택 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설계 변경 등으로 이주 지연

재개발·재건축 구역은 많은 조합원이 있는 만큼 사업 추진 과정에 변수가 많다. 반면 부동산업계에선 재개발·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얻으면 이르면 1년 안에 이주가 가능하다고 보고 이주 수요를 추정한다. 하지만 사업시행인가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총 사업비 및 조합원·일반 분양가 확정)까지 설계 변경, 조합원 갈등 등으로 예상보다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주는 관리처분인가가 완료돼야 이뤄진다.

도심권 대표 재개발 지역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2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놓았지만 먼저 새 조합 집행부를 구성한 뒤 사업 정상화와 설계 변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인근 북아현3구역도 재개발 사업 찬반을 둘러싼 일부 주민 간 내홍으로 내년 이주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일부 재건축 단지도 양상은 비슷하다. 당초 내년 8월 이주를 시작하려던 강동구 둔촌주공1~4단지(5900여가구)는 추가 분담금이 예상보다 많이 나오자 조합원 간 갈등이 생겨 이주가 6개월~1년가량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포동에서는 5040가구 규모의 주공1단지가 아직 사업시행인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새 조합 임원 선출을 앞둬 내년 이주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상일동 고덕주공6단지도 내년이 아니라 2017년 이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인근 중개업계의 전망이다.

예상 이주 물량이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내년 서울 전세난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긴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전셋값은 2012년 8월 중순 이후 하락한 적이 없다. 월세로 전환하는 주택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전세 매물이 부족해진 탓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금리 인상 등으로 내집 마련을 미루고 전세에 머무르려는 세입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