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옥을 '불편한 집'이라 했나…도심 '한옥의 진화'
3.3㎡ 건축비 700만원대까지↓
국토부, 한옥마을사업 강화…도로·전기 등 기반시설 제공
공공건물도 한옥형태 잇따라
성북구 어린이집·종로 도서관…정부서 건축비 지원 혜택도
손씨의 집은 한옥마을에 가장 먼저 지어진 다섯 가구 중 한 집이다. 그는 231㎡ 부지를 약 5억원에 구입한 뒤 건축비 6억원을 들여 두 가구가 살 수 있는 2층 연립 한옥을 지었다. 한 가구엔 손씨 가족이 살고 나머지 한 가구는 세를 놓을 계획이다. 한옥마을 집들은 외관은 목재기둥과 기와지붕 형태지만 벽, 창호, 문 등엔 신소재가 사용되고 부엌 화장실 등은 아파트 내부와 거의 같은 이른바 ‘생활형 한옥’이다. 현대 생활양식에 맞게 진화한 도시형 한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전남 장성군엔 약 12만6000㎡ 규모의 한옥 전용 주거지가 조성되고 있다. 경북 안동시 경상북도청 신도시에는 1단계로 73가구의 한옥이 들어설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강원 강릉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오죽헌 부근 1만2300㎡ 터에 20가구의 한옥마을을 조성해 관광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옥 건축이 활기를 띠는 것은 다양한 관련 기술 개발로 건축비가 기존 3.3㎡당 1500만원가량에서 최근 700만~1200만원 정도로 낮아지고, 가정 내 생활 불편함도 크게 해소됐기 때문이다. 은평뉴타운 한옥마을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장기간 주인을 찾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필지를 쪼개고 한옥 특성에 맞게 부지를 재배치하면서 모두 팔렸다. 한옥 활성화를 위해 땅을 조성 원가(3.3㎡당 950만원)보다 싼 3.3㎥당 720만~750만원에 공급했다.
김대익 국가한옥센터(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은 “은평한옥마을 165㎡ 부지에 전용면적 84㎡ 정도의 단층 한옥을 지으면 6억~7억원 정도로, 서울 도심의 새 아파트값보다 싸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세제 혜택 등 지원도 다각도로 제공되고 있다” 고 말했다.
한옥으로 지어지는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건물도 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문을 연 국공립 ‘흥천어린이집’은 옛 한옥 사찰인 흥천사와 비슷한 한옥 형태로 지어졌다. 국토교통부가 한옥 설계예산을 지원하고 흥천사에서 토지를 무상임대해주면서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591㎡ 규모의 특색 있는 어린이집이 신축됐다. 서울 종로구에선 지난해 말 한옥으로 지어진 도서관이 준공됐다. 원래 공원관리사무소로 사용하던 낡은 2층짜리 양옥 건물을 철거하고 전통방식으로 제작된 수제 기와를 사용한 한옥을 지었다. 담장 기와 중 일부는 돈의문뉴타운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된 한옥 기와 3000여장을 가져와 재사용했다. 이들 공공 건축물은 올해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에서 대상과 한옥상을 각각 받았다.
국토부는 새 한옥 건축과 한옥마을 조성을 촉진하기 위해 기술 지원이나 보조금 등의 재정 지원을 하는 근거가 담긴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통과된 이후 한옥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옥마을을 새로 조성할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해당 지역의 도로와 전기,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강릉시 한옥마을 조성에는 국토부가 33억원을 지원했다.
김진숙 국토부 건축정책국장은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등 도심과 가까운 신도시·택지지구에서 단독주택용지에 한옥 건립하는 한옥 지원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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