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방침을 발표한 다음날인 15일 전국 법원 경매시장엔 찬바람이 돌았다. 서울 대구 등 낙찰가율(감정평가 대비 낙찰가 비율) 100%를 넘긴 아파트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낙찰자에게 대출을 알선하는 제2금융권의 경락자금 대출 영업사원들도 이날 경매 법정 분위기가 지난주와 확연히 달랐다고 입을 모았다. 경매시장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부동산시장의 선행 지표로 꼽힌다.
'지방도 DTI 적용'에 시장 싸늘…대구 아파트 경매 4건 중 3건 유찰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인천지방법원, 의정부법원 고양지원, 천안지원, 대구지방법원 등 경매가 열린 전국 법원에선 관망세가 두드러졌다. 대구에서 경매가 진행된 네 건의 아파트 중 세 건은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한 건의 낙찰 가격도 감정 가격의 87%에 그쳤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구 지역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108%, 평균 경쟁률은 4.9 대 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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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지원에 나온 고양시 화정동 옥빛마을아파트 전용면적 84㎡는 한 달 만에 1500만원가량 하락한 3억760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 10월 3억2350만원에 낙찰됐다가 낙찰자가 잔금을 치르지 않아 재경매된 물건이다. 경쟁률도 10월엔 29 대 1이었지만 이날은 11 대 1에 그쳤다. 서울중앙지법에선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74㎡가 감정가(25억원)의 87%인 22억원에 낙찰됐다. 실수요자가 매입한 것이 아니라 채권을 매입한 유동화회사가 사갔다.

인천지법에서 경매에 참여한 김모씨(51·서울 영등포)는 “경매물건도 많지 않았지만 법정에 오는 사람과 응찰자 수 모두 줄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한 가운데 담보대출 심사 강화까지 예고되자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매정보 수집을 위해 전국 법원에 지방주재원들을 파견하는 경매업체 지지옥션 관계자는 “대체로 법원마다 입찰자 수가 줄거나 응찰 가격을 낮게 쓰는 등 입찰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며 “내년부터 대출 규제가 이뤄질 것이란 소식으로 경매시장이 조금씩 움츠러들다 어제(14일) 발표 뒤 위축세가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도 “대출규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고가 아파트와 지방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도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근/문혜정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