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지는 주택대출] 지방도 사실상 DTI 적용…대구 등 주택시장 위축 가능성
정부가 14일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이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주택담보대출 때 소득 심사를 강화하고 처음부터 원리금을 분할상환토록 하는 방안이 잠재 수요층의 주택 구매력을 떨어뜨릴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지역별로는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 주택시장의 위축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때 담보가치만 따졌지만 앞으로는 소득심사를 추가해 사실상 총부채상환비율(DTI·수도권 60%) 규제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소득증빙 등 대출심사 강화로 내년 상반기 기존 주택 거래가 위축되면서 신규 아파트 입주에 차질을 빚어 결과적으로 신규 분양시장에도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존 주택거래 위축 가능성

[깐깐해지는 주택대출] 지방도 사실상 DTI 적용…대구 등 주택시장 위축 가능성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기존 주택 매매거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 8년 만에 다시 100만건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도 110만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최근 2년간 전국 주택시장은 활황세를 보였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DTI, 담보인정비율(LTV)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내년 2월 수도권과 5월 지방에서 대출 규제가 다시 강화되면 단기적으로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유동성과 저금리 때문에 집을 샀던 수요가 크게 감소할지 모른다”며 “내년 1분기부터 주택 거래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전세입자의 매매전환도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도 “올해 110만건에 이를 주택거래가 내년엔 평년 수준인 90만건 미만으로 감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낮아져 선뜻 매매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도 “지금은 주택 구입자들이 보통 3년 정도의 차입금 상환 거치기간을 두고 있다”며 “앞으로 거치기간 없이 바로 원리금 상환에 들어갈 경우 초기 자금 부담이 커져 신규 주택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주택시장의 새 주도세력으로 등장한 20~30대 구매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분양마케팅업체인 도우아이앤디의 손상준 사장은 “전세난에 지친 20~30대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매매 수요로 돌아서거나 신규 아파트 청약에 적극 나섰다”며 “그러나 원리금 균등 상환을 의무화하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젊은 수요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엔 ‘사실상의 DTI’ 도입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공급 과잉과 2년 뒤 입주난 논란에 휩싸인 지방 주택시장은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가 주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규제로 주택 거래가 줄어들면 신규 아파트 입주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박원갑 팀장은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규제에 대한 내성이 강하지만 규제 무풍지대였던 지방에서 사실상의 DTI가 도입되면 신규 분양시장도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센터장도 “대구 등 지방 주요 도시는 입주 물량 증가에 대한 우려로 최근 매매가격이 약보합세로 돌아선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기존 주택시장과 수도권 분양 시장에 대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승배 사장은 “서울은 재건축 이주 수요 등으로 매년 2만가구 정도의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당분간 입주 물량 부족 해소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미국 금리 인상에 이어 내년 상반기 국내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게 큰 변수라는 지적도 많다. 박원갑 팀장은 “부동산 시장만 ‘나홀로 호황’이라는 말이 나돈다”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동시에 이뤄지면 부동산 시장 위축은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