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1만여가구 집들이…세입자 구하기 전쟁

전세보증금 받아야 잔금 납부…억대 웃돈에 투자자 몰렸지만
상가 등 기반시설 아직 미비…전세 매물 쏟아져 수천만원 뚝

옆 동네 소형 평형과 같은 값…위례 131㎡ 전셋값 5억원선
송파 장지동 59㎡와 시세 비슷…"2년 뒤 전셋값 급반등 가능성"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 장지동 ‘위례 아이파크 1차’ 주상복합 아파트. 현대산업개발 제공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 장지동 ‘위례 아이파크 1차’ 주상복합 아파트. 현대산업개발 제공

입주 시작 위례, 넘치는 전세…"1억 싸게 계약합시다"

서울 동남권 대표 택지지구인 위례신도시의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이 일대 주택시장에 전세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전셋값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잔금 납부를 위한 목돈 마련을 위해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는 집주인들은 늘어난 반면 상업시설 등 기반시설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탓에 예비 세입자들은 전세 계약을 망설이고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 수원 광교와 용인 동백 등 수도권 주요 신도시에서도 입주 초기에 이와 비슷한 역(逆)전세난 현상이 빚어졌다”며 “2년 계약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증금에 전세를 구하려는 세입자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하남시에 걸쳐 있는 위례신도시는 최근 도시 곳곳이 이삿짐 차량으로 가득하다. 지난달 초 입주를 시작한 ‘위례 힐스테이트’(621가구)와 ‘래미안 위례신도시’(410가구)를 비롯해 이달 입주를 앞둔 ‘위례 사랑으로 부영’(1380가구)에 이르기까지 11~12월 입주하는 아파트만 5개 단지, 3781가구에 달한다.

내년에도 입주 행렬은 계속돼 10개 아파트 단지, 8541가구가 추가로 위례신도시에서 집들이를 한다.

단기간에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집주인들 사이에 ‘세입자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분양권에 1억원에 달하는 웃돈이 붙을 정도로 투자 수요자가 많았던 만큼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받아 아파트 잔금을 내려는 집주인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입주에 들어간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체’는 전체 970가구 가운데 336가구가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로 나와 있다. 전세 매물이 급증하며 전셋값은 떨어지는 추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9월 3.3㎡당 1357만원이던 위례신도시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1318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전셋값 하락폭은 통계보다 더 크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말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위례 아이파크 1차’ 전용 131㎡와 전용 87㎡ 주택은 이달 초 각각 보증금 5억원과 4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기존 송파생활권의 장지동 ‘송파파인타운8단지’ 전용 59㎡ 전셋값 4억70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기 성남·하남시에 속한 다른 아파트 단지의 대형 평형 전셋값 수준은 이보다 더 낮다. 위례신도시 엠코타운 플로리체(하남시 학암동) 전용 95㎡의 전세보증금은 3억9000만~4억3000만원, 위례 사랑으로 부영(성남시 창곡동) 전용 85㎡ 전셋값은 3억7000만~4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위례신도시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전용 87~101㎡ 중대형 아파트는 보통 4억~5억원에 전세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전용 130㎡대 대형은 몇 달 사이에 전세보증금 호가가 1억원 넘게 떨어진 곳도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 입주 초기 전셋값이 낮게 형성되는 건 위례신도시만의 일은 아니다. 경기 수원·화성시 광교신도시에서도 입주 물량이 몰렸던 2011년 전용 85㎡ 아파트 전세 시세가 1억원 초반대에 머물렀다. 3개월 새 전세 보증금이 50% 가까이 급락하는 등 역전세난 홍역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버스 등 대중교통 체계와 생활편의시설이 갖춰지고 2021년 예정된 경전철 위례~신사선 개통이 다가올수록 전셋값이 차차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기반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지고 첫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2년 뒤부터는 전셋값이 뛸 가능성 있다”며 “세입자로선 2년 뒤 전셋값 상승을 고려해 자금 조달 계획 등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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