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논란 속…10개 단지 3만가구, 내년으로 분양 연기
건설사들이 연내 공급할 예정이던 아파트의 분양 시기를 잇따라 내년 상반기로 늦추고 있다. 금융권의 중도금 등 집단 대출 심사 강화, 건설사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한도 도달,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변수들이 불거지면서 분양을 연기하는 것이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10여개 단지가 공급 시기를 올 연말에서 내년으로 늦췄다. 또 내년으로 분양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단지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부터 연말까지 전국에서 13만가구(부동산114 집계)가 공급될 예정이었으나 10만가구 안팎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원개발은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연내 공급할 예정이던 A103블록(438가구)과 A43블록(767가구)을 내년 초 공급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허가가 다소 지연되는 데다 인근에 많은 물량이 나와 시기를 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남부에선 GS건설이 화성시 능동에서 공급하려 했던 ‘신동탄 파크자이 2차’(376가구), 대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경기 평택시 용죽지구 일대에 내놓을 예정이었던 ‘평택 용죽 푸르지오 2차’(528가구)와 ‘평택 용죽 아이파크’(585가구) 등이 내년 초 공급될 전망이다.

롯데건설이 경기 의정부시 직동(1850가구)과 서울 효창5구역(396가구) 등에서 선보일 예정이던 ‘롯데캐슬’도 분양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도 인허가가 지연되고 있는 부산 초량(939가구)과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658가구) 아파트 공급 시기를 내년으로 조정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급 시기를 늦추는 것은 최근 들어 청약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직·간접적인 변수가 불거져서다. 금융회사의 중도금 대출 자율 규제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한 대형 건설사 마케팅 담당 임원은 “시중은행별로 중도금 대출 한도가 소진돼 내년 초면 다시 풀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금융권의 대출 잣대가 깐깐해진 상황에서 분양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공급과잉 논란도 한몫하고 있다. 연초 30만가구로 집계된 민간 건설사의 공급 물량은 최근 52만가구까지 늘어났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내 집 마련 열풍에 힘입어 분양시장이 살아나면서 건설사들이 10년 가까이 끌어왔던 문제 사업장을 대거 쏟아낸 결과다. 중견 건설업체 마케팅 팀장은 “동탄2신도시 등 1만가구가량의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수도권 남부 지역에서는 자연스럽게 ‘공급 숨고르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계절적으로도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공급 물량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건설업체들이 해를 넘겨 공급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의 중도금 대출 심사 강화 등 잇단 규제가 공급과잉 문제를 완화시키는 등 시장의 자정기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는 수요와 공급”이라며 “정부의 직·간접적인 간섭과 인허가 지연, 미국 금리 인상과 해외 경제 상황 등의 요인이 분양 시기를 분산시켜 공급과잉 문제를 일부 해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