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옛 한전부지) 내 변전소 이전 허가 방침을 밝히면서 GBC 건립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안에 변전소 이전 작업을 시작하고 2017년 GBC 건설에 본격 들어갈 계획이다. GBC에는 105층 그룹통합사옥 외에 전시장과 공연장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들어선다. 현대차그룹은 GBC에 자동차복합문화공간을 마련해 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차, GBC 건립 최대 고비 넘겨…"경제효과 265조 기대"
○GBC 고용 창출 122만명

강남구가 12일 이전 허가 방침을 내놓은 GBC 부지 내 삼성변전소는 삼성동 일대 6035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부지 한복판인 옛 한국전력 별관 지하에 자리 잡고 있어서 GBC를 건축하기 위해선 부지 가장자리로 이전해야 한다.

하지만 허가권자인 강남구가 서울시와 갈등을 빚으면서 현대차그룹의 이전 신청을 반려해 차질을 빚고 있었다. 이전·신축에 1년, 시험 가동에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전체 GBC 공사를 2017년부터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강남구의 변전소 이전 허가를 기대해 왔다.

서울시는 1조7000여억원으로 추산되는 현대차그룹의 공공기여금을 코엑스부터 GBC 부지, 송파구 잠실운동장까지 걸쳐 있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강남구는 이를 GBC 부지가 있는 영동대로 통합 개발에 써야 한다고 반발해 왔다.

강남구는 변전소 이전을 허가하기로 한 배경으로 GBC 건립에 따른 경제효과를 꼽았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6~7년의 GBC 건설기간 중 12조원, 준공 후 20년간 253조원 등 총 265조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고용창출은 건설기간 중 8만명, 준공 후 114만명 등 총 122만명에 이른다.

○“자동차 복합문화공간 조성”

GBC 건립은 현대차그룹이 지난 4일 독립 출범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와 함께 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공격적인 해외 공장 증설로 2009년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판매 5위에 오른 이후 질적 성장을 위한 길을 찾아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GBC 부지를 매입한 직후 임원진에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 중심의 2단계 발전 전략을 짜야 한다”는 점을 거듭 지시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에는 2020년까지 22종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친환경차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GBC를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돼 있는 계열사를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인 동시에 한국의 자동차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키울 계획이다. 서울에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30개에 임직원이 1만8000여명에 달하지만 양재동 본사 사옥 입주사는 5개, 근무인원은 5000명에 그쳐 각종 기능과 주요 계열사가 분산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GBC에 업무시설과 함께 호텔, 컨벤션센터, 박물관·전시장·체험관을 포함한 자동차 테마파크, 한류체험공간·공연장 등 문화시설을 더해 서울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는 자동차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며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독일 BMW는 본사가 있는 뮌헨에 출고센터와 박물관을 결합한 ‘BMW 벨트’를 운영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슈투트가르트 본사에 자동차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을 운영 중이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제너럴모터스(GM) 본사와 일본 도요타시(市)의 도요타자동차 본사도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