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도시 보존을 중시하는 서울시의 정비사업 정책 방향에 대해 해당 사업지역 주민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건축심의 보류 결정에 항의하는 한남3구역 주민(왼쪽)과 사업구역 내 저층 주거지 보전지역 해제
를 요구하는 중계본동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기존 도시 보존을 중시하는 서울시의 정비사업 정책 방향에 대해 해당 사업지역 주민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건축심의 보류 결정에 항의하는 한남3구역 주민(왼쪽)과 사업구역 내 저층 주거지 보전지역 해제 를 요구하는 중계본동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강북지역 주요 재개발사업이 서울시의 역사 및 경관 보존 우선 정책과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 정책이 2011년 박원순 시장 취임 뒤 종전 전면철거 후 재개발에서 기존 주거지를 최대한 보존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서울시가 보존 중심 정책을 재개발 추진 막바지 단계에 이른 구역에까지 적용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착공 단계에 이른 정비사업지역은 재개발 추진을 위한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감사원 권고에도 ‘일단 보존’

서울 종로구 사직2 재개발구역 사업은 2년째 멈춰서 있다. 사직동 일대 3만4268㎡ 부지에 450여가구 아파트를 신축하는 이곳 사업은 조합이 2013년 10월 종로구청에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신청하기까지는 순조로웠다. 일부 대형 평형을 소형으로 바꾸는 단순한 설계 변경이었기에 변경 인가도 큰 무리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종로구는 그러나 변경계획 공람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치고도 지금까지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상급기관인 서울시가 인허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는 게 이유다. 서울시는 2017년 한양도성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2013년 5월 성곽마을 조성사업에 들어갔다. 한양도성 인근 주거지를 9개 권역, 22개 마을로 나눠 보전·관리하는 내용이다.
[멈춰선 강북 재개발] 사업 막바지 사직2·한남뉴타운에도 '보존 잣대'…주민들 '날벼락'
한양도성 주변 경관의 보존을 위해 고층 아파트 건설을 지양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종로구청을 방문해 “사직2구역은 성곽마을 사업을 추진하기로 내부 방침이 정해졌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종로구청이 인허가 처리를 지연해 재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은 지난 7월 ‘조합 측의 사업시행변경인가 신청에 대한 후속조치를 조속히 이행할 것’을 종로구청장에게 통보했다.

지난 3월엔 국민권익위원회도 인가를 조속히 결정하라는 시정권고를 전달했다. 감사원과 권익위 통보 뒤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김학영 사직2구역 조합장은 “법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서울시와 구청이 사업을 중단시켰다”며 “매달 1억원의 금융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등 조합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7번 심의 뒤 잠정 중단된 한남

조합원 동의를 통해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던 강북 인기지역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도 지난 8월부터 재개발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서울시가 용산구청에 공문을 보내 “한남뉴타운 전체 권역에 대한 재정비촉진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으니 건축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것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작년 말부터 올 5월까지 7차례에 걸쳐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아온 터여서 웬만한 내용은 수정을 거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조합 설립 뒤 지난해 7월 서울시 재정비위원회로부터 5757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계획도 승인받았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저밀도 개발을 골자로 한 한강변 관리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사업 진행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주거사업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남3구역 사업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왔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서울 중심부에 있는 한남뉴타운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계획을 새로 짜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본동 재개발사업은 2008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수년째 건축심의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당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업을 맡아 전체 18만8900㎡ 대지에 1700여가구의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2011년 서울시가 사업지역 내 백사마을에 대해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다며 저층 주거지 보전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계획이 전면 수정됐다. LH가 지난해 내놓은 이곳 사업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계획대로 백사마을을 보전지역으로 둘 경우 1119억원의 적자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