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비싼 지방 아파트
지방 주택시장 활황…수도권과 집값 격차 줄어

교육·주거 여건 좋은 지방 부촌, 투자수요 몰리며 집값 올라
대구 수성구 84㎡ 5억8000만원…서울 마포구보다 5천만원 비싸
광주 남·서구, 대전 유성구 지방이전 공기관 직원들 선호
이달 초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동’ 아파트는 분양가격이 대구에서 사상 최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622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건설 제공

이달 초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동’ 아파트는 분양가격이 대구에서 사상 최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622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건설 제공

2000년대 후반부터 아파트 입주가 크게 늘어난 부산 해운대구 완공 5년차 이내 새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538만원으로 서울에서 집값이 중간 수준인 동작구(1559만원)에 버금간다. 서울 노원구(1165만원), 강북구(1116만원), 도봉구(1042만원) 등 동북권에 비해선 30% 이상 비싸다. 대구 수성구(5년차 3.3㎡당 평균 1299만원)도 서울 동북권을 뛰어 넘었다. 수도권 인기 신도시인 화성 동탄(1091만원)과 고양 일산(1038만원)보다는 20% 가까이 높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방 부촌(富村)인 부산 해운대구와 대구 수성구의 주거여건은 서울 강남권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지방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수도권과의 집값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 아파트값 3.3㎡당 1538만원…서울 동북보다 30% 비싸

주택 수요 몰리는 지방 부촌

부산 해운대구와 대구 수성구 등 지방 인기지역 아파트값이 서울과 수도권 상당지역 집값을 추월한 것은 지방에도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부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분석되고 있다.

교육여건이 좋고 편의시설이 많은 지방 대도시 일부 지역엔 투자수요까지 몰리면서 기존 집값이 오르고, 새 아파트 분양가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이달 초 청약 경쟁률이 평균 622 대 1에 달해 올해 분양 아파트 중 최고를 기록한 대구 수성구 ‘힐스테이트 황금동’ 단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길 하나를 두고 있는 ‘캐슬골드파크’ 84㎡(이하 전용) 아파트가 지난달 최고 4억9500만원까지 뛰면서 ‘힐스테이트 황금동’ 분양 가격(84㎡A 4억2710만원)이 대구 사상 최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1순위에서 매진됐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대구 내 주거 1순위 지역으로 꼽히는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엔 저금리로 풀린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84㎡ 시세가 서울 마포구와 동작구보다 비싼 5억5000만~6억원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수성구 ‘범어 SK뷰’ 84㎡는 지난 7월 5억8000만원에 거래돼 같은 크기의 서울 사당동 ‘동작 삼성래미안’(5억5000만원)과 공덕동 ‘꿈에그린’(5억3000만원)보다 비쌌다.

인터넷 발달로 수도권과의 정보 격차가 줄어들고 고속철도(KTX) 개통으로 교통 여건이 개선된 것도 지방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 이유로 꼽힌다. 고가의 해운대구 주상복합단지 상가엔 서울 청담동과 가로수길의 유명 식당 및 의류 매장 지점이 성업 중이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 수입차거리에는 벤츠와 BMW, 아우디는 물론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 매장 등이 밀집해 있다. 수도권에 편중된 편의시설들이 소비력을 갖춘 지방 대도시 부촌지역으로 진출하면서 상권이 발달하고, 배후 지역 집값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시와 전국 10개 혁신도시 조성으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등이 지방으로 분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전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유성구는 세종시 근무 공무원 가족들의 선호도가 높다. 광주는 학원가가 밀집해 교육여건이 좋은 남구 봉선동과 서구 상무동 아파트가 나주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이 많이 찾는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투자수요 많은 지방 분양 단지

지방 부촌 새 아파트 분양가가 단기간에 크게 오른 데다 분양권 웃돈을 노린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대구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올해 분양가는 3.3㎡당 평균 914만원으로 작년 평균 분양가에 비해 5.1% 올랐다. 같은 기간 수도권 분양가 상승률 0.7%를 크게 웃돈다.

지방은 분양권 웃돈도 그리 높지 않다. 364 대 1에 달하는 평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부산 ‘해운대 자이 2차’ 84㎡ 분양권 거래가는 분양 직후인 지난 6월에는 4억3557만원이었지만 이달에는 4억3833만원으로 0.6%(276만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5월 273 대 1에 이르는 평균 청약 경쟁률을 보인 대구 ‘동대구 반도유보라’ 84㎡도 분양권 거래가격이 같은 기간 3억6250만원에서 3억3550만원으로 오히려 2700만원 내렸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투자수요가 많은 지방 아파트 분양권은 가격 변동이 크다”며 “입주 때 거품이 빠지면 마지막 매수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