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재건축, '10년 숙제' 풀고 탄력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동안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단지 내 도로 개설 문제가 해결됐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이를 지난 10년 동안 반대해왔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은마아파트 도시주거환경기본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켰다고 17일 발표했다. 단지 남북을 가로지르는 폭 15m짜리 자동차 도로를 조성하기로 한 계획을 없애기로 했다. 2006년 3월 도시주거환경기본계획 수립 당시 들어갔던 내용이다. 대신 이곳에 폭 15~20m짜리 보차혼용도로(사람과 차가 동시에 다니는 길)를 개설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보차혼용도로는 일반도로에 비해 단절감이 덜하다. 기존 계획보다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주민들의 지속적 요청과 시가 확보해야 하는 차량 흐름 등 공공성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차혼용도로 주변에는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해 거주환경과 조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1979년 지어진 은마아파트(대치동 316 일대, 구역 면적 24만3552㎡)는 지상 14층 28개동, 4424가구(전용 76·84㎡)로 이뤄졌다. 현재까지는 용적률 210%, 건폐율 50%를 적용해 49층 40개동, 5778가구의 대단지를 새로 짓는 그림(예상도)이 그려져 있다. 예상 주차수요만 8744대에 달한다.

단지 내 도로 개설은 이 계획대로 재건축이 추진되면 주변이 ‘교통지옥’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명시됐던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가 폐지되는 만큼 공공기여(기부채납)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해 대규모 개발에 따른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단지를 둘러싸고 있는 도곡로, 영동대로, 삼성로, 남부순환로의 폭을 확충하는 데 공공기여를 활용할 계획이다.

단지를 끼고 있는 3호선 대치역 일대가 상습침수지역임을 감안해 배수시설도 공공기여를 통해 설치하기로 했다. 정확한 가구 수나 용적률은 재건축 사업의 실질적인 첫 단계인 ‘정비계획 수립 및 구역 지정’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용적률은 공공기여 등에 따라 최대 300%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