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 상승·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2년 새 16% 올라
가락시영 일반분양가 3.3㎡당 2천700만∼2천800만원 추진
대치 SK뷰 지난달 평균 3천927만원에 분양…역대 2번째 비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올해 분양경기가 호전되고 집값이 강세를 보인 틈을 타 재건축 조합들이 너도나도 일반 분양가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이러한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조합이 자유롭게 분양가 책정이 가능해지면서 일반 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에 일반 분양을 하기로 했던 송파구 가락 시영 아파트는 조합과 시공사 간 분양가 합의 등이 지연되면서 9월에서 10월 하순으로 두차례 일반분양 시기를 연기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던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 조합 관리처분 당시 일반분양가를 3.3㎡당 평균 2천515만원으로 책정했으나 올해 4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상반기 분양을 포기하고 일반분양가 인상을 추진해왔다.

현재 조합측은 분양가를 3.3㎡당 2천700만∼2천800만원 선에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관리처분 당시 금액에 비해 3.3㎡당 200만∼300만원 올린 것이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 전 송파구의 일반분양가 권고안(3.3㎡당 2천300만∼2천400만원)에 비해선 3.3㎡당 300만∼400만원 이상 높인 것이다.

현재 가락동 일대 새 아파트 시세(3.3㎡당 2천300만∼2천400만원 안팎)와 비교해도 3.3㎡당 400만원 가량 높다.

가락 시영의 일반분양분은 1천550가구로 분양가를 3.3㎡당 100만원씩 올리면 총 530억원의 수입이 발생한다.

시공사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를 관리처분 계획보다 평균 200만원 정도만 올리면 추가부담금 없이 전체 조합원(6천583명)이 대략 1인당 평균 1천600만원을 추가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것"고 말했다.

현재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시공사는 전용 85㎡ 초과 중대형 일반분양분이 많아 미분양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최소 중대형 분양가는 3.3㎡당 2천500만원대로 낮춰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사업의 주체가 조합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조합 측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가락 시영의 분양가는 앞으로 인근 다른 아파트 시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지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가락 시영은 건립 가구수가 9천510가구의 매머드급 단지여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경우 인근의 다른 아파트 시세와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1순위 청약을 받은 강남구 대치동 대치 SK뷰는 일반분양분 39가구의 3.3㎡당 분양가를 평균 3천927만원에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를 3.3㎡당 최고 5천만원, 1·2차분의 평균 분양가를 4천46만원에 책정한 서초동 아크로리버파크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대치동 국제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는 지난 4월 관리처분 당시 조합에서 일반분양가로 3.3㎡당 3천500만원대를 책정했으나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주변 시세 상승 분위기를 틈타 3.3㎡당 400만원 이상 가격을 올린 셈이다.

SK건설 관계자는 "관리처분 당시 일반분양분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책정했던 것"이라며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인근 래미안 대치 청실 아파트의 시세가 3.3㎡당 4천만원을 넘는 등 주변 새 아파트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정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1순위 청약에서 평균 50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재건축 아파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음달 분양 예정인 반포동 삼호가든4차의 재건축 아파트 조합과 시공사(대우건설)도 일반분양가를 3.3㎡당 4천만원 선에서 논의 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 측에서 대치 SK뷰를 비롯한 인근 새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한 가격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내달 분양예정인 잠원동 반포 한양과 12월 분양하는 신반포5차 재건축 아파트도 일반분양가를 당초 계획보다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처럼 재건축 단지들이 앞다퉈 분양가 인상을 추진하면서 강남 4개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평균 일반분양가도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지난 2013년 3.3㎡당 평균 1천849만원이던 강남 4개구의 일반분양가는 지난해 3.3㎡당 2천66만원으로 11.7% 오른 뒤 올해는 9월 현재 2천205만원으로 작년대비 6.8% 상승했다.

분양 경기가 호전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2년 새 평균 16%가 오른 것이다.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가락 시영을 비롯해 반포·잠원동 등 강남권 요지의 재건축 아파트 분양이 쏟아질 예정이어서 분양가 상승폭은 이보다 커질 전망이다.

부동산114 이미윤 과장은 "최근 수도권 신도시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분양가를 높여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착한 분양가'는 사라진지 오래"라며 "청약열기가 꺾이지 않는 이상 고분양가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나친 분양가 인상은 집값 상승을 자극해 결국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당장은 정부가 개입할 수준의 가격 인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시장의 과열을 부추길 정도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상황을 봐가며 적절한 대응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