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새 3억~4억씩 뛴 반포 전셋값…목돈 올려주는 대신 '130만원 월세' 계약
서울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는 강남과 강북 전역을 지나는 지하철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사립초등학교인 계성초와 자율형 사립고인 세화고·세화여고 등이 가까워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다섯 가구가 전세보증금(4억~9억원)에 월세(100만~260만원)를 나눠내는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계약서를 썼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한 건(11억5000만원)에 그쳤다. 래미안 퍼스티지 중심상가 내 부동산 중개업소의 김모 대표는 “전세 시세가 2년 전보다 3억원 뛴 12억원에 달하면서 재계약 시기를 맞은 세입자들이 반전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10억원 이상을 보증금으로 묶어두기 싫어하는 고소득자 중에선 처음부터 월세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기존 세입자에다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고소득 자영업자 등 자발적 월세 세입자까지 늘어나면서 고가 전세 중심이던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임대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2년 새 3억~4억씩 뛴 반포 전셋값…목돈 올려주는 대신 '130만원 월세' 계약
○2년 만에 3억원 뛴 전셋값

래미안 퍼스티지, 반포 자이 등 강남권 일부 고가 아파트에서 월세 거래가 전세보다 많아진 것은 세입자들이 크게 오른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해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설명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 결과 2013년 6월 각각 8억~9억원과 7억~8억원이던 래미안 퍼스티지와 반포 자이 84㎡ 전셋값은 재계약 시점인 지난달 각각 12억원과 11억원으로 3억원 이상 뛰었다. 다음달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래미안 퍼스티지 84㎡의 한 세입자는 “집주인으로부터 ‘2년 전 8억5000만원이던 전세보증금을 12억50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집주인에게 전세금 인상분 4억원 대신 매달 월세 130만원을 내겠다고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대출금을 합친 금액이 집값에 육박하면서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진 것도 월세 세입자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매매 시세 15억원인 래미안 퍼스티지 84㎡의 전세 시세는 12억원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80%에 달한다. 집주인이 1억~2억원대 선순위 담보대출이 있거나 집값이 자칫 떨어지기라도 하면 전세보증금을 모두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자발적 월세 세입자도 가세

자산 노출을 꺼리는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과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자발적 월세 세입자로 분류된다. 기존에 압구정동과 대치동 등 강남 일대에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 새 아파트 추가 매입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등 2주택자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10억원 이상을 전세보증금으로 묶어두는 대신 사업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수백만원의 월셋집에 살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 아파트에는 월세 300만원을 웃도는 초고가 월세 거래가 잇따른다. 래미안 퍼스티지 135㎡는 지난달 전세보증금 5억5000만원에 월세 380만원, 반포자이 132㎡도 같은 달 전세보증금 7억4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에 임대차 계약서를 썼다. 여기에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중에서 월세 거주자가 전세 거주자보다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입자가 먼저 월세 전환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월세 세입자는 재산 공제율이 높아 전세 세입자보다 건강보험료를 적게 낸다는 게 세무사들 설명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