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시대' 가속…30~40대 실수요자 내집 마련 빨라질 듯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5%로 내린 지난 11일 오후 5시께.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 마련된 ‘성남 센트럴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1255실) 모델하우스 앞에 120여명의 투자자가 줄을 서기 시작했다. 12일 모델하우스 개관과 함께 선착순 분양을 시작하기에 앞서 미리 자리를 잡은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분양을 하루 앞두고 금리가 인하돼 오피스텔을 계약하려는 투자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 조치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잠시 주춤했던 부동산 거래 및 분양 시장에 다시 훈풍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오피스텔 상가 등 이른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금리 인하가 기존 주택 거래와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기존 주택시장에서는 낮은 금리의 은행 차입금을 활용, 내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손상준 도우산업개발 사장은 “주택 거래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를 금융권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관리할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이번 금리 인하는 메르스 확산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부담과 금리 인하에 대한 수요자의 내성 등으로 주택시장 회복 분위기가 이전 금리 인하 때보다는 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용59㎡ 아파트, 월세 상품으로 가장 유망"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월세난에 시달리는 30대와 신혼부부의 은행 대출을 통한 내 집 마련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매시장 진입이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대식 금성백조주택 부사장은 “단기적으로 주택 구매 희망자들의 투자심리를 부추길 것”이라면서도 “부동산시장 회복이 침체된 내수경기 전반의 회복을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매물 부족으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함영진 센터장은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전세매물 부족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금리 인하는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승배 사장은 “한 해 신규 분양주택 물량이 전체 주택(1800만여가구)의 2% 정도로 그리 많은 수준이 아니다”며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전용 59㎡ 등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원식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현재 담보대출 연체율이 일반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낮기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가 그렇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며 “금리 인하로 중도금 무이자 등 실수요자의 아파트 분양을 위한 대출 여건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 투자 우선 순위로 꼽혔다. 김승배 사장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이 더 활기를 띨 것”이라며 “수익률은 다소 낮아지겠지만 투자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식 부사장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상가와 오피스텔 등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그러나 지역별 차별화는 불가피한 만큼 주변 임대 시세와 공실률 등 수익과 관련된 내용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용 59㎡ 소형 아파트가 수익률 측면에서 수익형 부동산보다 더 안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손상준 사장은 “위례신도시 상가 인기가 한풀 꺾이는 등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지역별로 공급 과잉 문제가 나오고 있다”며 “수요층이 두터운 전용 59㎡가 월세 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이해성/윤아영/홍선표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