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청약시장 '주력부대'로…전세난에 "내 집 사자"
직장인 정모씨(34)는 서울 송파생활권인 위례신도시와 수도권 남부 택지지구에서 아파트가 분양될 때마다 청약통장을 쓰고 있다. 번번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올해는 당첨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결혼 뒤 처음 얻은 전셋집을 지난해 말 재계약하면서 6000만원을 올려줘야 했다”며 “택지지구에서 나오는 단지에 웃돈이 붙고 있어 실수요 겸 투자 목적으로 청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세 전세 등 임대시장에 머물러 있던 30~40대가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주거 비용이 뛰고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분양하는 단지에서는 30대 계약자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경기 용인 서천지구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선보인 힐스테이트 서천단지에는 30대 계약자 비중이 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35%, 50대 12% 순이었다. 20대 이하 계약자도 2% 나왔다. 노규현 롯데건설 분양팀장은 “세계 금융위기 이전에는 40~50대 계약자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최근에는 30~40대 비중이 가장 높게 나오는 단지가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세입자들은 무엇보다 임대료 상승과 짧은 계약 기간 등 때문에 전·월세로 머무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가 중산층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금리가 낮아져 주택담보 대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도 내 집 마련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분양마케팅업체인 프런티어마루의 김한모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재건축 연한 축소,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규제 완화가 잇따르면서 부동산 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전세난과 초저금리 현상이 겹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었던 사회 초년생들이 청약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회사들은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 30~40대의 청약 시장 진입을 적극 유도하는 중이다. 분양가의 10% 정도인 계약금을 내면 중도금은 무이자로 융자해 주거나 입주 시점에 가서 이자를 받는 이자 후불제를 적용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