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살아나는 주택시장, 생활가치 높일 때다
절정을 향하는 벚꽃처럼 최근 주택시장의 회복세도 무르익고 있다. 주택 매매가격은 매월 상승하고 있으며 상승폭도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가격뿐만 아니라 거래량도 계속 늘고 있다. 분양시장은 신규 공급물량이 쏟아지는 데도 판매에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인지 미분양 아파트는 3만5000여가구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거래량에 비해 가격 상승속도가 느려 경기회복 기대를 갖기에는 회의적이다. 이는 주택 구매자들이 재고주택에서 구매할 주택을 찾다가 매도가격이 오르면 신규 분양시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선택의 폭은 넓으면서 가격은 덜 오르고 거래는 잘되니 이보다 좋을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에 집을 사는 사람들은 누구며 어떤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일까. 주택 구입자금 대출자는 대부분 30~40대다. 전셋값 상승을 이기지 못해 구매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유해온 주택을 팔고 교체하는 경우도 많다. 공통점이 있다면 실제 ‘거주 목적’이라는 점과, 이왕이면 ‘새 집’을 원한다는 것이다. 금리도 낮고, 분양물량이 늘어나면서 건설업체들끼리 경쟁이 심해져 수요자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한편 일선 현장에서 목격되는 주택 매도자들은 매수자들에 비해 연령대가 높다. 주택을 처분해야 할 목적도 뚜렷하다. 교체용 주택의 구매자금이거나 아니면 대출상환, 생활자금 등 주택 자산을 현금화하려는 이유인 것이다. 과거에는 매수자가 늘면 호가를 높이고 처분 시기를 늦췄지만 요즘은 매수자가 나서면 적당히 가격 협상을 거쳐 거래를 성사시킨다. 지금까지 주택가격 회복기에 매도자가 우위였던 상황에 비춰 보면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다른 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주택경기 회복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사는 집, 내가 구매한 집의 가치가 유지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나온다.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하고 주택을 교체하는 수요가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다. 더욱이 지금처럼 주택을 구매하는 30~40대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최근 신규 공급물량이 급증하면서 조만간 또 과잉공급 상황이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중장기적 관점에서 거주 단위로서의 주택 수요에 주목해 보자. 수명 연장으로 가구들의 총 삶의 기간이 늘어났다. 거주공간으로서 주택을 필요로 하는 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주택을 보유하기보다 임대하려는 수요가 더 많겠지만, 이는 총량의 문제가 아니라 주택을 소비하는 점유방식의 문제일 뿐이다. 누군가의 거주 수요가 있다면 그 주택의 가치는 유지될 것이다. 다만 주택이 주는 편리함, 쾌적성, 안정성, 내구성 등 사는 동안 누리는 혜택의 정도가 그 가치의 차이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한국의 주택 수명은 대략 50년 이내로 보고 있다. 신혼부부 시절에 신축 주택을 구매하더라도 은퇴 시점이 되면 그 주택은 이용가치나 거래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구매나 임차 수요가 모두 ‘새 집’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가전제품 바꾸듯 집을 매번 새 집으로 바꿀 수는 없다. 방법은 주택의 가치를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것이다. 유지보수를 잘해 감가상각을 줄이고, 수명 연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요구된다. 내 집만이 아니라 집 밖의 환경 개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좋은 이웃,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일이 곧 내가 사는 주택과 지역의 가치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냥 사두면 가치가 오르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주택의 가치는 그 속에 사는 사람, 지역 커뮤니티가 주택 내외의 환경을 어떻게 일구는가에 달려 있다.

김현아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hakim@cerik.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