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중개료, 또 하나의 '불어터진 국수'되나
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동산 중개보수체계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중개수수료 상한요율과 고정요율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동산 중개보수체계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중개수수료 상한요율과 고정요율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의회가 3일 공청회를 열었다. 중개보수체계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인 도민과 공인중개사 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이달 안에 본회의 처리까지 이뤄질지 미지수다. 서울시의회는 전날 ‘반값 중개수수료’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불발됐다. 인천시의회는 이달 11일 심의할 예정이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반값 중개수수료’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정부안대로 중개수수료를 낮추려면 조례를 개정해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봄철 이사 성수기(3~4월)가 시작됐지만 중개수수료 인하 대상 주택이 밀집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혜택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이날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은 북새통을 이뤘다. 참석자가 정원(130명)을 초과해 16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경기도의회는 추산했다. 수원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P공인 관계자는 “고정요율로 해도 협의해서 적게 받기 때문에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학희 한국소비자연맹 경기지회장은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고정요율제는 소비자 권리에 대한 침해”라고 반박했다.

경기도는 올해 초 국토교통부 권고안을 그대로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6억~9억원 미만 매매 0.5% 이하, 3억~6억원 미만 전·월세 0.4% 이하가 골자다.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의식해 ‘이하’를 뺀 고정요율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자 뒤늦게 여론을 듣겠다며 공청회를 열었지만 “언제 본회의에 올려질지 기약이 없다”는 게 의회 측 설명이다.

서울시의회는 전날 만장일치로 개정안을 보류시켰다. 심의 내내 의원들은 서울시를 질타했다. 박준희 시의원은 “서민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고 정부안을 그대로 제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동균 시의원은 “국토부가 강압적으로 시키는 대로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도 이달 30일 경기도처럼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시의회는 다음달 중순께 조례안을 다시 심의할 계획이다.

인천시의회는 이달 11일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인천은 서울, 경기보다 집값이 낮지만 논란이 많은 이슈라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은 아직 심의 일정조차 잡지 않은 곳이 많다. 부산시의회 측은 “부산시로부터 아직 조례안을 못 받았다”고 밝혔다. 이달 12일부터 중개수수료 개정 조례안을 심의할 예정인 경상남도의회 측은 “이달 할 수도, 다음달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답했다. 경남 공인중개사회는 고정요율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 권고안에 따르면 6억원짜리 주택 매매 때 중개수수료는 종전의 절반 수준인 300만원 이하로 낮아진다. 5억원짜리 전세 계약 때는 기존 절반인 200만원 이하가 적용된다. 그러나 봄철 이사 성수기에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국민은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시세에 맞춰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근/수원=유하늘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