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르네상스] 세종시 공무원들도 마포에 '둥지'
서울 마포구에 둥지를 트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 여의도 국회와 서울역이 모두 가까운 데다 집값도 강남권보다 상대적으로 싼 영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K국장은 최근 강남구의 전셋집을 정리하고 마포로 이사했다.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강남 학군’에 머물 필요성이 낮아져서다. 국토교통부의 P국장도 지난해 지방 발령을 받은 뒤 마포에 먼저 자리잡은 국토부 동료의 추천으로 같은 지역으로 옮겼다. 기획재정부 등 다른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도 마포로 이사하는 등 최근 2년 새 마포에 새로 둥지를 든 고위 공무원만 10여명이 넘는다는 후문이다.

마포를 찾는 공무원이 많아진 건 국회와 서울역이 가까운 점도 큰 배경이라고 공무원들은 설명했다. 국토부 P국장은 “서울역이 가까워 정부세종청사로 출퇴근하기 좋고, 국회가 있는 여의도로도 10~15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며 “고위 공무원들은 국회 업무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포 이사를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청사의 세종시 이전이 확정됐을 때만 해도 마포는 공무원 선호지역이 아니었다. KTX를 쉽게 탈 수 있는 서울역·용산역·경기 광명역 주변 등이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다. 그러나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 사이에선 최근 국회 이동이 편한 마포가 더 인기라는 지적이다.

집값도 강남권보다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6일 현재 마포구 평균 아파트가격은 5억3364만원으로, 강남구(10억388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마포구 평균 매매가격은 강남구 평균 전세가격(5억5166만원)과 비슷하다.

서울 강남 수서에 KTX역이 생기더라도 마포의 인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강남은 아파트 가격이 비싸 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 여의도도 멀어 공무원들이 집단적으로 몰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천청사와 가까워 공무원들이 많이 살았던 경기 평촌신도시 산본신도시 등에선 공무원들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산본신도시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한 한 공무원은 “교육 여건이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여서 과천청사가 이전한 마당에 계속 살겠다는 공무원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상당수 공무원은 세종시로 이사하는 것도 여전히 꺼리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자녀 교육이 걸림돌이다. 한 공무원은 “충청권에서 1등급을 해도 지방 국립대밖에 가지 못한다는 말이 떠돈다”며 “이런 소문을 들은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내려갔다가 수도권으로 다시 유턴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