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을 담은 조례 개정안이 3개월째 시행되지 못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의 고가 매매·전세 주택을 중심으로 거래를 미루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대상 주택이 모인 서울 반포동의 중개업소. 한경DB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을 담은 조례 개정안이 3개월째 시행되지 못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의 고가 매매·전세 주택을 중심으로 거래를 미루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대상 주택이 모인 서울 반포동의 중개업소. 한경DB
치과의사 박모씨(38)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아끼려고 서울 서초동 ‘서초 래미안’ 전용 84㎡ 매입 계약을 다음달로 미뤘다. 시세가 8억5000만원인 이 아파트의 최대 중개수수료는 거래금액의 0.9%인 765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중개수수료 개정 조례가 통과되면 거래금액의 0.5%인 425만원 이하에서 공인중개사와 협의를 통해 수수료를 결정할 수 있다. 박씨는 “줄어드는 중개수수료 340만원이면 이사비용을 뽑고도 남는다”며 “집값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 아파트여서 중개수수료 개정안이 시행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늦어지는 '반값 중개료'…"잔금 미루자" 속출
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정안이 강원도를 제외한 16개 광역시·도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일각에서 주택 거래를 미루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칫 광역단체 의회에서 조례 통과가 지연될 경우 봄 이사 성수기를 앞두고 거래 공백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래·잔금일 미루는 사례 잇따라

정부의 개정안에 따라 중개수수료가 지금보다 줄어드는 서울 등 수도권 6억~9억원 매매와 3억~6억원 임대(전·월세) 거래 희망자들이 주로 거래를 미루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는 전체 서울지역 매매거래 중 11.9%(7563건)가 6억~9억원대다. 전세는 21.3%(3만5717건)가 3억~6억원 사이에서 거래됐다. 최근 전셋값 상승세가 가파른 것을 감안하면 해당 거래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개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잔금일자를 미루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중개수수료는 거래 당사자와 중개사가 협의해 결정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최종 계약이 성립되는 잔금날에 내는 게 대부분이다. 지난해 12월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의 7억원대 아파트를 판 직장인 김모씨(47)는 매수자와 상의해 잔금 받는 날짜를 다음달로 미뤘다. 통상 잔금 지급일 때 내는 중개수수료를 적게 내기 위해서다. 김씨는 “다음달까지 중개수수료 개정 조례가 처리되지 않으면 꼼짝없이 600만원이 넘는 중개료를 내야 한다”며 “새로 매입한 집의 잔금이 필요해 더 이상 거래를 미룰 수도 없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늦어지는 '반값 중개료'…"잔금 미루자" 속출
◆“입법 속도 높여야 불확실 줄인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1월, 늦어도 2월부터는 중개수수료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중개수수료 인하 효과가 기대되는 주택이 모인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광역의회의 조례 입법 속도는 더딘 편이다.

최근 중개수수료 협상 여지가 없는 고정요율제를 도입했다가 여론 반발에 밀려 조례안 상정을 보류한 경기도의회는 다음달 11일 재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정부의 상한요율제가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는 25일 중개보수 조례안 개정을 놓고 상임위원회를 여는 서울시도 일러야 내달 중순 이후에나 통과가 가능할 전망이다. 인천도 다음달 10일 이후에나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입법과정이 지연되면 과거 취득세 감면 한시 인하 때와 같은 거래 절벽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2013년 12월 취득세 영구 인하를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한시적인 감면과 종료가 잇따르면서 거래가 급감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입법과정에 속도를 내 시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