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회복으로 내수 경기 부양…"풀 건 다 풀었다"
신도시 공급 중단하고 재건축 활성화해 시장 회복 노려

정부가 1일 내놓은 9·1 부동산대책은 주택시장 회복을 지렛대로 내수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기 경제팀이 7·24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놓은 정책 기조를 통해 예고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은 강도나 규모에서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것이다.

정부가 작심하고 내놓은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경기 부양에 대한 절박함이 담겨 있기도 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대해 "주택 분야에서는 풀 수 있는 규제는 사실상 거의 다 풀었다"며 "마지막 한 방인 셈"이라고 말했다.

◇ "주택시장, 회복 중이지만 견고하지는 않아"
국토부는 현 주택 시장 상황을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 견고하지는 않다'고 진단하고 있다.

우선 매매 시장을 보면 2기 경제팀이 출범한 7월 이후 가격이나 거래량 지표가 모두 회복세로 전환됐고 소비자들의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올해 1∼8월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전체 0.9%, 아파트 1.5%로 아직 최근 5년 평균(전체 1.2%, 아파트 1.7%)에 못 미치는 등 회복세가 뚜렷하지는 않다.

특히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분양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기존 주택 시장의 거래는 여전히 부진하다.

전세 시장의 경우 한동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7월 이후 이사철 수요로 주간 전세가격 상승 폭이 커지면서 전·월세 거래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하반기 입주 물량이 감소할 전망(작년 하반기보다 14.8% 감소)이어서 국지적으로 전세가격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공급 쪽을 보면 인·허가, 착공 물량이 늘고 있긴 하지만 전국적인 규모의 공급 과잉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란 것이 정부 판단이다.

다만 대규모 택지 공급이 이뤄졌던 수도권 외곽과 일부 지방은 건설업체들이 착공 대기 물량을 경쟁적으로 분양할 경우 국지적인 공급 과잉이 일어날 수 있다고 국토부는 보고 있다.

이와 반대로 도심에서는 신규 주택 수요가 커지는데도 재정비 사업이 침체되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대책은 이런 판단 위에서 매매 시장의 경우 신규 분양뿐 아니라 기존 주택 거래도 활기를 띠게 하고, 전·월세 시장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유도 등으로 안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겨냥해 마련된 것이다.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인구 감소와 노령화 등의 인구구조 변화에 부응해 대규모 신도시 개발 정책을 중단하고 기존 도시의 재생, 소규모 개발 쪽을 지원한다는 정책 방향도 담겨 있다.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는 이런 변화를 상징하는 결정이다.

분당, 일산에서부터 판교와 동탄 신도시에 이르기까지 30년 이상 이 법이 대규모 주택 공급의 수단이 돼왔기 때문이다.

◇ 전방위 대책, 문제는 없나
9·1 대책은 재개발·재건축 등 재정비 사업의 활성화와 청약제도의 문턱을 낮추는 방안 등을 담았다.

특히 재건축 연한 완화나 재개발 때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 완화 등은 시장으로선 반길 만한 조치들이다.

반면 재정비 사업 활성화가 '공급 조절'이란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시장 환경을 만들면서 공급량을 조절하겠다는 목표가 상충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문화나 기반시설이 양호하고 일터와 가까운 집에 대한 수요가 많은 도심 내 주택 수요가 늘고 있다"며 "도시 외곽의 대규모 주택 공급은 지양하고 재정비 사업을 활성화해 도심 내 주택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청약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조치들도 공급 조절 기조와 어긋나는 정책 방향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 규제 완화는 서울 강남이 가장 큰 수혜 단지란 점에서 결국 '강남 특혜'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재건축 단지가 강남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강남만큼 사업성이 좋은 곳이 없기 때문에 강남 재건축이 가장 크게 직접적으로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 완화가 임대주택 공급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소한의 의무건설 비율(하한선)을 없애 한 채도 짓지 않아도 되도록 바뀌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때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은 지자체마다 기준으로 고시해 재건축 사업 때 일괄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지자체가 기준으로 정할 수 있는 범위에 융통성을 좀 더 준 것이지 임대주택을 한 채도 짓지 않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