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발목잡던 공공관리制 자율로…층간소음 심해도 재건축
국토교통부가 재개발·재건축 관련 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한 것은 부동산 호황기 때 만들어진 재개발·재건축 제도들이 시장 현실과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재개발 등 정비사업 과정에 개입하는 공공관리제 등은 일종의 규제로 작용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도 개선의 배경으로 꼽힌다.

국토부는 업계에서 주장해온 공공관리제 개정을 비롯해 법정 용적률 적용,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등 정비사업 전 과정에 걸쳐 규제 완화 내용을 다음주 내놓을 예정이다.

○공공관리제, 주민 선택제로

정부는 지난 ‘7·24 부동산 정상화 대책’에서 수도권 과밀억제권 내 재건축 때 전용 85㎡ 이하 주택을 전체 가구 수의 60% 이상으로 공급하고 연면적 대비 50% 이상 지어야 한다는 규정을 개정할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일단 연면적 기준은 없애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구 수 규정은 60%를 유지할지, 하향 조정할지 논의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때 대형 주택이 인기여서 대형 아파트만 짓는 폐단을 막기 위해 도입된 연면적 규정은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재개발 발목잡던 공공관리制 자율로…층간소음 심해도 재건축
상당수 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 진행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공공관리제도 개정 대상에 올랐다. 공공관리제는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10년 7월 도입됐으나 현장에서는 규제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구청 등이 재개발 조합 등에 요청하는 자료는 많지만 행정지원 등 업무 진행은 느리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시가 빌려주는 정비사업비는 예산 부족으로 턱없이 모자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조합은 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공공기관이 공공관리제를 앞세워 ‘슈퍼 갑’ 노릇을 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지원보다는 민원이 생기지 않도록 최소한의 관리만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거나 조합이 총회 의결을 거쳐 공공관리를 신청하는 사업지에 한해 공공관리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바꾼다

국토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도 완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안전진단을 통과하려면 구조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했다. 안전진단은 ‘구조 안전성’(가중치 0.4), ‘건축마감 및 설비 노후도’(0.3), ‘주거환경’(0.15), ‘비용분석’(0.15) 순으로 평가하고 구조 안전성 성능점수가 20점(100점 만점) 이하인 경우 다른 분야에 대한 평가를 중단하고 ‘재건축 실시’로 판정했다.

하지만 앞으로 구조안전 문제가 크지 않더라도 주거환경이 열악하거나 건물이 노후한 경우에는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배관 등 설비 노후도와 층간소음 일조권 등 주거환경 분야의 가중치를 높여 구조적인 문제가 적더라도 생활 불편이 큰 단지가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터 놓는 것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40년이라는 재건축 연한보다는 주거 여건이라는 삶의 지수가 재건축 추진의 주요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기부채납(공공기여)’과 지자체 ‘용적률 장사’도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가 도로 및 공원 건립 등의 명목으로 사업부지의 최대 40%에 달하는 면적을 기부채납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부채납, 임대주택 건립, 친환경 주택 추진 등을 하면 용적률을 조금씩 높여주는 것도 사업성을 악화시키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김진수/김병근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