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은 내손으로…'셀프 인테리어' 시대
도예공방을 운영하는 김성영 씨(32)는 최근 서울 창천동의 한 다가구주택을 빌려 아담한 작업실(전용 26㎡)을 마련했다. 기존 공간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어 관련 정보 등을 모아 온 김씨는 내부 공간 전체를 자신이 직접 바꾸기로 했다. 개방감을 높이기 위해 문짝을 없애고 장판도 걷어냈다. 기존 벽지를 뜯어낸 뒤 페인트를 벽에 칠해 시멘트 느낌을 살렸다.

그는 “홍익대 일대 카페를 돌아다니며 인테리어 콘셉트(개념)를 정했다”며 “페인트 붓 사포 등을 사는 데 든 비용은 12만2000원”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작업실을 내 손으로 리모델링했다는 자부심에 뿌듯하다”고 전했다.

자신의 집과 업무공간을 스스로 꾸미려는 ‘셀프 인테리어족(族)’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따르면 2004년 개설 첫해 1만여명이던 셀프 인테리어 카페 ‘레몬테라스’ 회원은 2009년 100만명을 넘어선 뒤 이달 초 257만명에 달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인테리어 카페인 이곳 회원이 10년 새 257배 늘어난 것이다.

셀프 인테리어 온라인 카페도 급증했다. 2000년대 초반 네이버 다음 등에 생겨나기 시작한 관련 카페는 리폼연구원 셀프인테리어 등 450여개로 늘어났다. 회원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꾸민 공간을 공개하고 리모델링 방법과 비용 정보를 공유한다. 시중에 출간된 인테리어 관련 서적도 220여권에 달하고 있다.

셀프 인테리어족 증가에 힘입어 국내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 9조1000억원 규모이던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은 2010년 19조원을 넘었으며 2015년 28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건설산업연구원 분석). 금융위기 이후 최근 5년간 건설업계 전반이 불황에 시달려온 것과 달리 한샘ik, 이누스바스 등 전문 인테리어 업체들의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셀프 인테리어가 집안을 꾸미는 단계를 넘어 집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낡고 오래된 집을 경매에서 저가로 낙찰받아 새롭게 고친 뒤 값을 올려 되파는 방식이다. 경매와 인테리어를 활용한 재테크를 하기 위해선 자재 선정부터 공사까지 집주인이 직접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재료비와 필수 인건비를 제외한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게 인테리어 재테크 성공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