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통공사가 작년 9월 처음 경쟁입찰에 부친 부산 지하철 사상~하단 간 1공구 건설공사는 올 상반기까지 세 차례 유찰됐다. 공사 발주금액 916억원(설계·시공 일괄입찰)이 기본공사비에도 못 미친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이 공사 입찰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부산교통공사는 발주 방식을 뒤늦게 수의계약으로 바꿨지만 지난달 이마저도 무산됐다.

서로 달려들던 SOC工事, 유찰 속출
서울지하철공사도 비슷하다. 5호선 2공구(발주금액 1373억원)와 4호선 연장 진접 복선전철 2공구(1243억원)는 모두 재입찰까지 갔지만 각각 지난 4월과 7월 또다시 유찰됐다.

공항 지하철 등 국내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공사가 유찰 사태를 빚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찰된 300억원 이상 대형 공공(公共) 공사는 10여건이다. 발주금액으론 1조1000억원 규모다. 건설업계가 추산하는 올 상반기 전체 공공공사 발주금액 7조8000억원의 14%를 넘는다. 올해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도급순위) 1위에 오른 삼성물산은 상반기 공공공사 수주금액이 ‘제로(0)’다.

건설사들의 입찰 포기는 적자가 예상되는 저가 발주와 최저가 낙찰제 등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 주요 건설사에 잇달아 부과된 7000억여원의 ‘담합 과징금 폭탄’도 건설사들의 수주 기피 요인이다. 대형 건설사 수주담당 임원은 “예전엔 손익분기점만 맞출 수 있으면 인력과 장비를 돌리기 위해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최근엔 그 수준(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며 “남아도는 인력 처리가 문제”라고 털어놨다.

공사 발주 물량도 감소세다. 박근혜 정부 들어 복지 예산 등을 늘리는 대신 SOC 예산을 줄이면서 2012년 11조원을 웃돌던 도로 등 공공 발주 물량은 올 상반기 7조8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유찰된 공사를 고려하면 실제 낙찰된 공사금액은 6조7000억원 수준이다. D건설 관계자는 “낙찰 금액이 기본공사비를 밑돌다 보니 공사현장에서 품질 안전 등의 문제를 호소한다”며 “국내 도로공사의 30%가량이 하도급업체 부실 등으로 차질을 빚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기반시설 완공이 늦어져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수/이현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