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과세 '없던 일'로…시장 혼란만 키운 정부
정부와 새누리당이 논란이 됐던 2주택자 전세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전세 소득은 지금처럼 3주택자 이상만 과세 대상으로 남게 됐다. 부동산시장을 살린다는 명분이지만 그동안 월세 소득 과세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2주택자 전세 소득에도 세금을 물려야 한다던 세제 원칙은 휴지 조각이 돼 버렸다.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부동산시장 흐름에 맞춰 값싼 월세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도 엉망이 됐다. 집주인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월세를 대거 전세로 돌릴 경우 월세가 뛰어 월세 세입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2주택자 전세 소득 과세를 철회하기로 여당과 합의했다”며 “시장에 내놓은 임대시장 정책을 빨리 입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전세로 대거 전환, 월세 더 오를 수도"

전세 과세 '없던 일'로…시장 혼란만 키운 정부
2주택자 전세 소득에 과세하는 게 과세원칙상 맞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여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취임도 정부가 2주택자 전세 소득 과세 원칙을 포기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전 부총리가 공평과세 원칙을 강조한 것과 달리 최 부총리는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 살리기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스스로 정한 과세 원칙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두고두고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동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과 ‘전·월세 간 과세 형평성’을 내세워 2주택자 전세 소득 과세가 정당할 뿐만 아니라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실제로 현재 월세 소득은 주택 수에 상관없이 과세 대상이다. 2주택자나 3주택자 이상은 물론 1주택자도 주택의 기준시가가 9억원을 넘으면 월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전세 소득은 현재 3주택자 이상만 과세 대상이다. 예컨대 같은 집이라도 2주택자가 월세를 놓으면 세금을 내야 하는 반면 전세 소득자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 같은 이유로 시장에선 집주인들이 세금을 피해 월세를 전세로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정부는 이런 우려를 감안해 지난 3월5일 2주택자 전세 소득 과세 방안을 내놨다. 앞서 2월26일 발표한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의 보완책으로 나온 이 대책은 2주택자의 경우 월세 소득자든, 전세 소득자든 14% 단일세율(분리과세)로 세금을 물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1주택자 전세 소득자는 실수요자란 점에서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분리과세가 최고 38%의 세율이 적용되는 종합소득과세보다 유리하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월세 소득의 경우 그동안 법으로는 세금을 내게 돼 있었지만 실제 세금을 내는 집주인이 적어 ‘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정부 설명이 먹혀들지 않은 데다 주택을 두 채 갖고 있으면서 전세를 놓은 집주인들은 갑자기 내지 않던 세금을 내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다주택자의 84%(115만4000명)에 달하는 2주택자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

그러자 정부·여당은 지난달 13일 당정협의를 갖고 월세 소득에 대해선 주택 수에 상관없이 분리과세 혜택을 주고 과세 시기도 당초 2016년에서 2017년으로 1년 더 연장하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전세 소득 과세엔 이견만 드러냈다. 하지만 여당이 끝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자 정부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결과만 놓고봐도 임대소득 과세는 2·26대책→3·5보완→6·13보완→7·17보완 등 네 번이나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누더기로 전락했다. 지난해 8월 세법 개정안 번복 파동에 이어 또다시 여론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