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소득과세 후폭풍…서울 아파트 거래 반토막

"기다리면 더 떨어지겠지"…실수요자들 매매 미뤄
노원·성북·구로 등 非강남권 거래절벽 더 심각
서울 아파트 '거래 절벽'…1년새 반토막

서울지역 기존 주택 매매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지난달 주택 거래량이 작년 같은 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을 담은 ‘2·26 임대차 방안’이 다주택자는 물론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심리에까지 찬물을 끼얹은 결과로 분석됐다. 2주택자 전세 과세 배제 등 추가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4988건으로 지난해 6월(9819건)보다 49.2% 급감했다. 지난 5월(6063건)보다도 17.7% 적은 것으로 최근 3개월 연속 감소세다. 부동산 비수기로 꼽히는 1월(5545건)보다도 500건 이상 적다. 올 들어 월별 거래량 기준으로 최저치다.

기존 주택의 거래 위축은 지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5월 지방 주택 거래량은 4만2901건으로 전월(4만9689건)과 작년 같은 달(5만1323건)에 비해 각각 13.7%와 16.4% 줄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연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인 ‘공유형 모기지’ 출시 등을 담은 지난해 ‘8·28 전·월세 대책’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기존 주택시장이 ‘2·26 방안’ 발표와 함께 얼어붙었다”며 “세입자들의 주택 매매 전환이 늦어지면서 전셋값 상승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최근 주택시장이 거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한경DB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최근 주택시장이 거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한경DB

"집값 깎아준대도 산다는 사람이 없어요"

1일 방문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팔겠다고 내놓은 20여개 아파트 매물 목록부터 꺼냈다. 중개업소 대표는 “매도자들은 매수자만 나타나면 집값을 깎아줄 수 있다고 하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침체는 투자 수요가 많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보다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노원·성북·구로 등 비(非)강남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강남 3구는 한 달 새 998건에서 943건으로 5.5% 감소한 반면 나머지 22개구는 5065건에서 4045건으로 20.1%나 줄었다.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엉뚱한 실수요자 시장만 움츠러들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영진 신한은행 투자자문부 부동산팀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임대소득 과세로 기존 집값이 떨어지면 향후 시세차익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소득세를 내더라도 투자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라며 “오히려 실수요자들이 집값 추가 하락을 걱정해 매수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내집 마련을 미루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연초 안정세를 보이던 수도권 전셋값도 지난달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까지 최근 2~3년 급등한 전셋값 대란이 올 가을 또다시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임대소득 과세 추가 완화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금융감독원 규정 사항으로 국회 통과 과정이 필요 없는 DTI(총부채상환비율)·LTV(담보인정비율) 폐지도 가급적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당초 ‘2·26 방안’에 빠졌던 2주택자 전세 과세가 ‘3·5 보완대책’에 새로 들어가는 등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건강보험료 폭탄’ 등 괴담까지 퍼지며 시장의 혼란만 키웠다”며 “발표된 정책들이 제때 작동해야 시장에 신뢰감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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