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 해제 177곳, '방치' 아니면 '난개발'
서울 은평구 불광중학교에서 300m가량 떨어진 불광동 23 일대. 서울시는 낡은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등이 뒤섞인 이곳을 2010년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3년가량이 지난 작년 8월 시는 주민 간 의견 차이로 정비사업이 답보상태라는 이유로 정비구역에서 해제했다. 주민의 자발적인 주택 개보수 사업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다. 구역 해제 10개월이 지났지만 낡은 집을 고치는 사례는 거의 없다.

2012년 초 서울시가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이란 이름의 정비사업 출구전략을 발표한 뒤 당시 606개이던 서울의 뉴타운·재개발·재건축 구역 가운데 22일 현재까지 196곳을 정비사업 구역에서 풀었다. 이 중 서울시가 대안 사업으로 내놓은, 폐쇄회로TV(CCTV) 설치 비용 등을 제공하고 저리의 주택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의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진행 중인 곳은 19곳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177개 해제 지역은 좁은 도로와 낡은 주거시설이 그대로 인 채 관리 사각지대로 되돌아갔다.

강북구 미아동 등 주거환경관리사업지역 19곳 중에서도 낮은 금리의 서울시 지원금을 이용해 자신의 집을 고치는 주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드러났다.

도시 재생사업과 관련해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부문의 역할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변창흠 한국도시연구소장(세종대 교수)은 “재개발 해제 지역에 적용하는 대안 사업은 지역 특색을 살리고 주거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라며 “주민들에게 알아서 집을 고치라고 한다면 지역이 슬럼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이현진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