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신드롬…신규단지 매매가 26% 비싸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10년 이상 살던 자영업자 최모씨(63)는 지난달 한강 건너편 옥수동 ‘래미안 옥수 리버젠’으로 이사했다. 지은 지 30년 넘은 압구정동 아파트는 전세를 줬다. 그 전세보증금으로 강북권 아파트 전세를 얻어 옮긴 것이다. 최씨는 “주차를 위해 매일 주차장을 몇 바퀴씩 돌아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완공한 지 1년 반밖에 안 된 새 아파트여서 넓은 지하주차장뿐만 아니라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등 부대시설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넓은 주차장, 다양한 편의시설, 주거 편의성을 높인 평면설계…. 새 아파트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세와 매매시장에서 새 집과 헌 집의 가격 차도 벌어지는 양상이다. 기존 주택 매매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분양시장의 활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새 아파트 신드롬’을 보여준다. 완공 15년을 넘어가면 재건축 기대감으로 가격이 다시 올랐던 2000년대 중반까지의 부동산시장과 크게 달라졌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30일 현재 서울 강남구에서 준공 10년 이상된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 가격(2862만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아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5년 이하 아파트(3040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전세 가격 차이는 더 심하다. 5년 이하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가는 2076만원으로 지은 지 10년 넘은 아파트(1374만원)보다 50% 이상 비싸다.

재건축이 활발하지 않은 서울 강북지역의 새 집과 헌 집 가격 차는 더 확연하다. 지난해 9월 입주한 지하철 3호선 불광역 인근의 ‘불광 롯데캐슬’ 전용 84㎡ 매매가는 5억3000만~5억8000만원인 데 비해 2004년 완공된 ‘북한산 현대홈타운’의 같은 크기 아파트는 4억2000만~4억7000만원으로 1억1000만원 차이난다. 최대 26.2%의 격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완공 15~17년이 지나면 재건축 가능 아파트로 분류돼 가격이 다시 올랐으나 최근 그런 기대는 사라지고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새 집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이현일/이현진 기자 true@hankyung.com